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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가즈오 신임 주한 일본 대사(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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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가즈오 신임 주한 일본 대사(한국인터뷰)

입력
1997.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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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세계무대협력 할 일 많아”/대북한 관계개선은 연착륙지원 입장서/일 소수정치인 망언 양국관계 훼손 유감오구라 가즈오(소창화부) 신임 주한 일본대사는 7일 도쿄(동경) 외무성에서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제무대에서의 한일 협력체제 강화와 청년·여성교류 등 양국간 교류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주 부임예정인 오구라 대사는 최근 접근하고 있는 북일관계에 대해 『일본은 한국의 방침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북한의 연착륙을 돕기위한 환경만들기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담당 외교관으로 정평이 나있기도 하다. 그는 한일 양국민 대부분이 서로 가까워지기를 바라고 있지만 정치적 의도를 가진 소수에 의해 그 뜻이 왜곡되고 있다며 대사로서 이같은 잘못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부임 준비로 바쁜 그와의 일문일답이다.<편집자 주>

□대담=김철훈 도쿄 특파원

―주한 일본대사 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머리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 민화와 도자기, 판소리 등 한국 문화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의 역사 정치 경제 등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것은 머리의 준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신체적 건강은 가장 중요한 것이구요』

―한국에 지인이 있습니까.

『제가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약 15년전부터입니다. 외무성 북동아시아과장 시절을 포함, 지금까지 10차례 정도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노신영 전 총리, 돌아가신 이범석 장관, 공노명 전 장관 등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현재 한일간의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일한관계를 넓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제 세계 10대 무역국가이며 OECD회원국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편협한 양국관계에서 세계로 눈을 돌려 양국이 협력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모색해야 합니다』

―그래도 최근 어업협정을 둘러싸고 양국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이 있습니다.

『영토문제는 한국의 입장이 있고 일본의 입장이 있습니다.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해치지 않고 배려해가면서 대응한다면 현실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어업문제와 관련, 어업자원의 보존은 양국의 공통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간적인 측면에서 일본은 중국과의 어업협정체결을 11월 완료해 내년 1월 정기국회에 제출하려 하는데 한국과의 신어업협정 체결도 같은 스케줄내에서 처리하고 싶은 것입니다. 될 수 있는대로 빨리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군대위안부와 역사인식 문제 등 과거청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역사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이해하려면 상대의 역사를 공부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일본인들은 한국의 역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유럽과 중국의 역사는 알아도 한국의 역사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과거를 반성하더라도 알고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일한 양국에는 역사를 자기네에게 유리한식으로 해석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일부 정치인이나 정치세력, 단체들이 정치적인 입장에서 망언을 자행해 양국관계를 해치고 있는 것은 유감입니다. 대다수의 양국 국민들은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부임해서 하고 싶은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특정한 사람들이 특정한 목표를 위해 양국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멈추게 하고 싶습니다. 또한 청년과 여성의 교류를 증대시키는 등 양국 국민의 교류의 폭을 넓히고 싶으며 양국이 세계무대에서 좀더 협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싶습니다. APEC와 WTO, 동북아 안전보장 등에서 양국이 어떻게 주도권을 잡을까를 모색하는 등 양국이 세계무대에서 힘을 합해 할일은 많습니다』

―부임후 양국 정상회담을 추진할 용의가 있습니까.

『11월 캐나다에서 APEC회담이 있는데 거기서 김영삼 대통령과 하시모토 수상(총리)이 자연스럽게 회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면 하시모토 수상이 빠듯한 일정이지만 빠른 시간안에 만나고 싶어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늦어도 4월초 열리는 ASEM에서 자연적인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현재 북일관계 개선이 추진되고 있는데 한반도 통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합니까.

『3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첫째, 전략적인 측면입니다. 북한의 연착륙은 주변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바람직합니다. 북한을 포함해 일본과 한국, 중국, 미국 등은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두번째, 경제적인 측면입니다. 독일이 통일되기전 서독과 동독의 경제적 격차는 3.5대 1이었습니다. 현재 한국과 북한의 격차는 10대 1입니다. 이렇게 격차가 크면 통일이 어렵습니다. 북한경제가 어느 정도 올라서는 것이 통일의 전제조건의 하나입니다. 일본은 한국의 방침을 따르는 범위내에서 북한을 연착륙시킬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세번째는 인도적인 측면입니다』

―일본의 한 한반도문제 전문가는 북한이 급격히 붕괴할 경우 한국과 일본이 함께 경제적 파탄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크게 발전해 그렇게 쉽게 쓰러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경제적 격차가 크면 붕괴에 대한 쇼크가 클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습니다. 붕괴가 갑자기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서서히 진행될 것인가가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대사께서는 외무성 문화교류부장 시절 논문과 저서를 통해 「미국 등 서방사회만을 만족시키려는 일본의 노력은 아시아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입장은 한국 근무에서 어떻게 반영될 것으로 봅니까.

『한국의 발전 요인으로 한국인의 성실성 질서의식 전통 교육열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이는 유교정신 혹은 한국정신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를 아시아적인 정신이라고 봅니다. 그것을 한국에서 체험하고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진정한 양국 교류를 위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또한 국제무대에서 아시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점을 한국의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시아인이 아시아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사께서는 몇년전 미국과의 포괄적 경제협의에서 중요 참모로 활약하며 자동차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현재 자동차 마찰을 벌이고 있는 한국에 한마디 조언을 한다면.

『당시 일본은 3가지 입장을 지켰습니다. 첫째는 일본정부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 미국은 일본정부에 모든 것을 요구했는데 자동차 판매부진은 미국 자동차메이커의 노력부족이 초래한 것일 수도 있다는 논리를 유지했습니다. 두번째는 미국의 301조 제재를 전제로한 협상에는 절대로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세번째는 단순히 무역마찰만을 해소하는 협상이 아니라 양국간에 새로운 그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협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도 이같은 입장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약력

▲38년 도쿄(동경) 출생 ▲62년 도쿄대 법학부 졸업후 외무성 근무시작 ▲북미 제2과장, 동북아과장, 문화교류부장, OECD 대표부 공사, 경제국장, 베트남대사, 심의관(경제담당) 역임 ▲저서 「동서문화마찰」 「일미경제마찰」 「중국의 전략」 등 다수 ▲93년 산케이(산경)신문이 뽑는 「일본을 변화시키는 200인」으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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