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고수속 경제위기 돌파/카스트로 권력 대폭 넘길듯쿠바공산당 제5차 전당대회가 8일 수도 아바나에서 3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됐다. 91년 구소련 붕괴이후 처음 열린 이번 전당대회는 21세기 쿠바의 운명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북한과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철저한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쿠바가 안팎의 도전과 시련에 대해 내놓을 해법은 최대 당사국인 미국은 물론 우리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제시한 21세기 국가정책에 대해 격론과 승인절차를 밟을 이번 대회의 핵심은 「사회주의 강화냐, 시장확대냐」로 귀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쿠바 공산당이 전당대회를 열 때마다 중대선언을 내놓았던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획기적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이같은 「기대섞인」 전망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개혁·개방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온건파와 혁명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강경파간의 노선투쟁은 당연하지만, 이에 대한 정지작업이 이미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정책초안을 둘러싸고 강·온파가 벌인 투쟁의 결론은 사회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을 가하지 않고 경제위기를 돌파한다는 어정쩡한 「두마리 토끼잡기」식 처방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쿠바는 동구권 몰락이후 「카스트로도 오늘 내일한다」고 분석했던 미국의 기대와는 달리 정치·경제적으로 거의 안정을 회복했다. 90년까지 해외교역량의 70%를 차지했던 소련의 붕괴로 파산직전까지 몰린 쿠바는 개혁·개방의 완급을 조절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 결과 마이너스로 추락했던 경제는 지난해 7%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올해에도 사탕수수의 흉작에도 불구, 4%의 성장을 유지할 전망이다. 물론 이번 전당대회에서 개혁·개방을 가속화하라는 온건파들의 목소리가 거셀 수도 있지만, 체제위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때문에 이번 대회는 「포스트 카스트로」에 대비한다는 성격이 더욱 강하다고 할 수 있다. 71세의 노령인 카스트로는 건강이상설에 자주 휘말렸으며, 미국은 그가 유고될 경우 80억달러를 퍼부어 친미정권을 수립한다는 전략을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트로는 이같은 현실을 인정, 당·군·정을 장악하고 있는 지금 다음 세대들이 혁명이념을 이어갈 수 있도록 권력을 대폭 이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에게 군권을, 리카르도 알라르콘 전국인민대표회의 의장에게 당권을, 40대 쌍두마차인 카를로스 라헤(46) 국가평의회부의장과 로베르토 로바이나(41) 외무장관에게 각각 경제개혁과 외교의 실권을 넘겨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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