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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순의 배낭여행족 최종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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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순의 배낭여행족 최종대씨

입력
1997.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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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다는 설레임이 노년 건강지키는 비결”/남아공·중국·몽골 항공권만 달랑 들고 몸으로 부대끼며 답사/‘내년엔 인도로’ 부푼 꿈여행엔 나이가 따로 없다. 배낭여행에 도전하는 육순 배낭족이 늘고 있다. 최종대(62)씨도 그런 노년이다. 지난해 여름 남아공화국 일주여행을 했고 올 7월엔 중국을 거쳐 몽골을 12일 동안 다녀왔다.

전국의 구석구석을 안 가본 곳 없이 돌아다닌 여행광인 최씨가 배낭여행에 도전한 것은 95년 첫 해외여행으로 동남아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뒤부터. 『가이드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패키지여행은 영 성에 차지 않더라구요』 젊은이도 선뜻 나서기 힘든 남아공화국을 첫 배낭여행지로 택한 이유는 실향의 아픔때문.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그는 1·4후퇴 때 아버지와 형님, 남동생과 함께 남하했다. 북쪽에 떨어진 어머니와 여동생 세 명의 생사는 아직까지 모른다. 『인종이 달라도 한 나라를 이루고 사는데 같은 민족끼리 못살 이유가 있습니까』 남아공화국을 여행하며 최씨는 「화해와 공존의 삶」을 확인했다.

왕복항공권만 달랑 들고 무조건 떠난 남아공화국 배낭여행은 모험 그 자체였다. 가져간 쌀과 고추장, 김치로 끼니를 해결했다. 뒷골목 유곽을 여관인 줄 알고 투숙하는 황당한 일을 겪기도 했고 친절한 백인부부를 만나 사파리 투어를 함께 하기도 했다. 그 때마다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했다. 주한미군사고문단 배차계에서 군대생활을 한 것이 도움이 됐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은 충분했다. 항공료를 빼고 여행경비로 83만원이 들었다.

환갑의 나이에 배낭여행이 가능하기까지는 가족의 도움이 컸다. 여행사에 다니는 딸 덕분에 항공권을 싸게 구입했고, 문구업을 하는 장남을 도와주며 여행경비를 모았다. 부인 황명순(58)씨의 말없는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최씨는 『나이든 사람일수록 희망을 갖고 사는 게 중요합니다. 내년엔 어딜 가야지 하고 생각하면 삶에 활력이 피어나죠』라며 배낭여행 예찬론을 편다. 내년쯤 인도와 베트남 메콩강 델타지역,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예정하고 있다. 백두산은 왜 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중국땅을 거쳐서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 땅을 거쳐 제대로 올라야죠』라고 말한다. 실향민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자 오기이다.<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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