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하나에 리조트 하나 객실하나에 해변하나/문열고 한발만 내밀어도 옥색 인도양은 나만의 것/산호모래밭에 의자 펼치고 그저 햇살과 바람속에 파묻히면 나는 자유인누구나 여행길에 나설 땐 파라다이스를 꿈꾼다. 하지만 낙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이미 사람에 시달리고 문명의 이기에 순결을 잃었기 때문이다.
몰디브(Maldives). 인도양 적도 근처에 흩뿌려지듯 펼쳐진 섬나라. 이곳에서는 아직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일이 헛되지 않다.
조물주가 이곳을 만들 땐 아마도 장난스런 맘이 발동했음에 틀림없다. 대륙을 만들다 남은 흙 한두점씩을 뿌려 만든 섬이 무려 1,019개. 세계지도에도 다 그릴 수 없어 수십개 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크고 작은 74개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씩. 어느 섬에 파묻히더라도 완벽한 문명탈출이 가능하다.
싱가포르를 거쳐 10여시간의 비행끝에 닿은 곳은 공항이 자리한 홀룰레섬. 이때부턴 자동차와는 안녕이다. 리조트가 있는 섬으로 향할땐 리무진 대신 깨끗한 보트를 탄다. 섬과 섬사이를 잇는 교통수단은 쾌속정과 함께 전통목선인 「도니」 혹은 헬기, 수상비행기 등이 전부다.
선착장은 섬까지 이르는 수십미터의 나무다리다. 아득한 다리 너머에 낙원이 기다리고 있다. 다리위를 걷다보면 양쪽으로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산호색 바다 속의 알록달록 물고기 떼들이 눈에 들어온다.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는 심정이 이럴 것이다. 빵조각을 하나 던지면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이 몰려와 입싸움을 하며 자맥질해대는 소리가 경쾌하다.
일단 섬에 들어오면 그 다음부턴 자유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억울할 건 없다. 리조트는 호텔과는 전혀 다르다. 섬주위를 뺑 둘러 1층으로만 된 리조트는 객실 하나에 해변 하나씩을 제공한다. 베란다로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인도양. 모래밭에 의자를 펴고 길게 누워 책읽으면서 혹은 졸면서, 햇살과 바람과 여유를 즐기기만 해도 충분하다.
부지런한 여행객이라면 쉴틈이 없다. 스노클링, 스킨스쿠버,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으로 천혜의 바다와 즐기다 보면 어느덧 하루해가 진다. 해발 2m를 넘지 않는 여기 섬들은 제각각 무성한 코코넛나무 숲과 하얀 띠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호모래밭을 갖고 있다. 10여m를 나가도 허리밖에 차지 않는 청정의 바다가 펼쳐진다.
옥색. 혹은 비취색. 또는 크리스탈 블루. 어떤 말로 설명해도 부족하다. 순간순간 색을 달리하는 듯한 바닷물의 아름다움에 넋도 달아난다. 물속에 잠기면 환상의 산호초정글이 기다린다. 바로 눈앞의 열대어를 잡아보려고 손을 뻗으면 다리를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치면서 달아난다.
밤낚시의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초보자라도 전통목선을 타고 팔뚝만한 돔, 우럭을 잡아 의기양양하게 리조트로 돌아오면 일본, 한국관광객에 익숙한 이곳 직원이 회까지 쳐준다. 해변가든에서 술 한잔과 함께 회를 즐기고 있으면 바닷가에서는 해오라기가 여유만만하게 걸어다니며 분위기를 돋운다.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몰디브 역시 아름답다. 산호색깔에 따라 연초록에서 코발트 블루, 진남색까지 푸르름의 스펙트럼 사이사이에 산호섬들은 한떨기 꽃처럼 점점이 떠있다.
떠나는 길은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혼자라도 좋지만 둘이 함께라면 평생의 추억을 한없이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한번 찾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올 생각을 마음 속에 새긴다.
◎1,019개 섬으로 구성… 수도 말레 재래시장 이채
몰디브공화국은 68년 영국 보호령에서 독립한 이슬람국가. 남북으로 820㎞,동서로 130㎞에 뻗어 있는 1,000여개의 섬을 모두 합한 면적이 서울의 절반 크기도 못되는 300㎢. 가장 북쪽의 섬은 인도 본토에서 서남쪽으로 약 600㎞ 떨어져 있다. 인구는 총 24만명. 공용어는 인도유럽어족의 하나인 디베히어.
고대의 해저화산 산맥 꼭대기에 산호가 쌓여 형성된 섬들은 모두 해발 2m이하. 대부분의 섬은 해수면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21세기가 되면 완전히 물속에 잠길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농사를 전혀 지을 수 없고 생산품이라고는 야자열매 밖에 없기 때문에 식량은 전부 스리랑카에서 수입한다.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로 꼽힌다(96년 1인당 GNP 600달러). 어업과 함께 관광산업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최근 관광객 유치가 성공하고 있어 머지않아 관광국가로 클 가능성이 높다. 몰디브 최대의 리조트그룹인 빌라그룹의 경우 263실이 있는 파라다이스 리조트섬, 160실의 홀리데이 리조트섬, 100실의 펀 리조트섬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 인근 섬에 리조트를 건설하고 있다. 유럽 관광객에게 처음 알려진 이곳은 최근 일본이나 우리나라 관광객까지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인구 6만명의 수도 말레에는 성금요일사원, 국립박물관 등의 관광코스가 있으며 재래시장과 생선시장도 이채롭다. 원주민이 나무를 깎아 만든 물고기모양의 조각, 조개껍질, 상어이빨공예품 등이 특산품이다.
◎가려면…/싱가포르 거쳐 10여시간 소요
몰디브제도는 스리랑카에서 남쪽으로 600㎞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낙원으로 직항하는 비행기는 아직 없다. 신혼여행지로 최적의 요건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덜 알려진 이유에서다.
싱가포르항공을 이용, 서울에서 싱가포르까지 가서 다시 하루 1∼4회 취항하는 싱가포르∼몰디브 편으로 갈아타야 한다. 총 비행시간은 10여시간. 아침 9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면 싱가포르에서 7시간 정도 머물게 되므로 시내 관광이 뒤따른다. 싱가포르관광을 포함, 4박5일과 5박6일 상품으로 나와 있다. 가격은 각각 109만원과 119만원. 몰디브 전문여행사로는 현지의 빌라그룹과 판매대행 계약을 한 천도관광(02―325―7007)과 현지의 한 섬에 리조트를 만든 클럽메드(02―771―8143)가 있다. 11월이 가장 비수기로 낮은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성수기인 크리스마스나 설 전후에는 몇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밤낚시, 스노클링, 스킨스쿠버 등은 기본요금에 각각 10달러 정도씩 추가로 부담하면 즐길 수 있다. 헬기관광, 수도 말레시 관광 등도 추가로 선택이 가능하다.<몰디브=이윤정 기자>몰디브=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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