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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총비서 승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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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총비서 승계(사설)

입력
1997.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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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8일 북한 노동당중앙위와 중앙군사위 합동회의에서 당총비서에 추대된 것은 북한이 정권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주체를 공식화했음을 의미한다. 김일성 사후 3년동안 유훈통치로 일관해 온 북한이 내부 권력승계작업을 마무리하고 정권의 대외적 책임소재를 분명히 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북·일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런 의미에서 대북정책당국은 나름대로 제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때다.10일 노동당 창당 52주년 기념식의 공식 취임절차를 거쳐 내년 9월 북한정권 수립 50주년을 계기로 국가주석에 오르는 것으로 당·정·군의 3권을 장악하는 국가원수가 되지만, 사실상 이번 총비서취임으로 권력승계작업은 완료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 북한의 독재권력은 노동당에서 나오며 그 최고위직이 총비서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국방위원회 위원장과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관도 겸임하고 있다.

그의 총비서 취임에 대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관련국들은 일단 이제까지와 다른 큰 대내외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일성 사후 공식취임은 하지 않았어도 그가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해 왔기 때문에 이런 시각은 타당하다.

그러나 총비서취임은 김일성 사망으로 인한 북한내부의 충격을 수습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앞으로는 보다 자유로운 자세로 미국 일본과의 수교문제나 남북접촉에 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식량, 에너지, 외화부족으로 붕괴직전에 몰린 경제재건을 위해서도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당총비서 자격으로 중국의 장쩌민(강택민)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북한정권에 권위를 부여하는 필수적 외교행사이기도 하다. 미국에는 카터 전 대통령을 초청해 놨고, 창당기념일 직후 토니 홀 의원의 북한방문도 예정돼 있다.

북한은 최근 식량지원을 위한 접촉이나, 비무장지대 순찰 때 사전고지를 제의해 온 일, 신포 경수로건설 현장사고의 신속한 수습, 남북영공개방협상 타결 등에서 매우 제한적이긴하나 전과 다른 유연성을 보여왔다. 이것은 4자회담 같은 정치적 대화에는 빠른 진전이 어렵겠지만 비정치적 분야에서는 비교적 구체적인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다. 내년 2월 우리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것을 계기로 이같은 움직임은 남북대화, 남북정상회담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예측해 볼 수 있다.

김정일의 총비서 취임이 혼란한 우리 대선정국과 시기적으로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비록 내부의 체제정비이긴하나 그것으로 촉진될 수 있는 대외활동의 적극화를 상정한다면 우리 정부 당국도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세심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 내 남북긴장완화를 시도할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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