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 당사 흥분·긴장/“정국전체 뒤바꿀 사안”강삼재 사무총장의 「DJ비자금」 발표를 전후해 신한국당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단히 강한 톤으로 발표문을 읽긴 했지만 강총장 자신도 긴장하는 표정이었다. 한 당직자는 『이제 대선은 끝났다』고 촌평했다. 그만큼 정국전체를 뒤바꿀 메가톤급 사안이란 의미였다.
이사철 대변인은 『준비돼 있는 2탄과 3탄까지 터지면 모든 것이 뒤집힌다』며 『국민이 제대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이제야 주어졌다』고 말했다.
이대변인은 또 『증거자료가 다 확보돼 있다』면서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밝히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첨언했다.
또다른 당직자는 『대선정국이 완전히 새 국면을 맞게 됐다』며 『여야를 불문하고 구 정치인들의 비자금에 대한 검찰의 발본색원이 있게 되면 「믿을 사람은 이회창 총재밖에 없다」는 여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가 하오 3시20분께로 다소 늦게 잡힌 것은 발표에 앞서 주요당직자 회의가 열렸기 때문이었다. 이한동 대표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일부 당직자들은 발표가 가져올 파장을 우려하기도 했다는 후문인데, 더이상 시기를 미룰 수 없다는 당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발표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회창 총재에게는 강총장이 이날 하오 1시30분께 발표방침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문은 극비리에 당사 인근의 호텔에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이 미처 마무리되지 못하자 이날 하오 발표문 작성팀이 7층 총재보좌역실로 장소를 바꿔 문을 걸어 잠근 채 서류작업을 마쳤다는 후문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국민회의 일축속 격분/김 총재 “가소로운 일”
국민회의는 7일 저녁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조세형 총재대행주재로 긴급 간부간담회를 갖고 강삼재 총장의 주장을 「철저한 정치공작의 산물」이라고 규정한 뒤 정면대응키로 했다.
국민회의는 여권이 김대중 총재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을 중시, 김총재의 비자금은닉주장을 포함해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신한국당총재의 정치자금 등 모든 정치지도자의 자금문제를 국회 특별조사위에서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김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문제와 신한국당 경선 당시 이총재의 수백억원 정치자금 수수설도 명명백백하게 규명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앞서 김대중 총재는 이날 하오 당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올림픽파크텔로 향하던 도중 차안에서 박지원 총재특보로 부터 관련내용을 보고받고 『가소로운 일로 난센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박특보가 전했다.
김총재는 8일 관훈토론회에 참석, 이자리에서 강총장의 주장이 자신을 겨냥한 고도의 정치적 모략임을 강조하며 정면대응 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대행은 『여당이 곤경탈출을 위해 흑색선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은 했으나 너무 빨리 시작된 느낌』이라고 말했고, 임채정 정세분석실장은 『DJ죽이기로 시작됐지만 결과는 이회창 죽이기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회의는 신한국당측이 물증으로 제시한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사본의 앞면과 뒷면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점 등을 지적하는 등 자료의 신빙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장현규 기자>장현규>
◎“코멘트가치 없다”/자민련 “단일화 훼방책”/“지켜보겠다” 관망 자세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이날 마포 당사에서 관훈클럽초청 토론회를 준비하던중 보고를 받고 『코멘트할 가치가 뭐 있나』라며 일축했다.
이규양 부대변인은 김총재를 면담한뒤 『신한국당에서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아직 확인된 것이 없지 않느냐』며 『지켜보겠다』고 당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 당직자는 『강총장 발언은 신한국당의 내부위기를 외부로 돌려보려는 일종의 국면전환용』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당직자는 『신한국당이 DJP단일화가 급진전되자 이를 훼방하기 위해 내놓은 방해책』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은 신한국당이 걸어온 진흙탕 싸움에 섣불리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당분간은 사실여부 등 추이를 관망하겠다는 자세다.<홍윤오 기자>홍윤오>
◎“의혹이라도 경악”/민주당 “정략이용 안돼”/자료공개·특별수사 촉구
민주당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어야 할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의혹 자체에 대해서는 놀라움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정치권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조순 총재는 『김대중 총재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하고, 신한국당도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함과 동시에 검찰에 수사를 의뢰, 사건의 내용을 의혹없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총재는 또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는 이를 대선공방으로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을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강총장의 주장이 사실 이라면 이는 금융실명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모습을 김총재가 앞서서 보인 것 』이라며 『검찰은 법수호 차원에서 즉시 특별수사팀을 구성,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한점의 의혹없게”/이인제측,일단 신중반응/대선구도 파장 예의주시
이인제 전 경기지사측은 일단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자금 공방이 대선구도 변화의 결정적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황소웅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제는 낡고 병든 정치를 청산해야 할 때』라며 『구정치 청산을 위해서도 정치자금에 관한 의혹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대변인은 이어 『신한국당도 관련자료를 조속히 공개하고 국민회의측도 국민앞에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며 양비론을 폈다.
이 전지사측은 양당간의 공방이 자신들에게 미칠 득실을 저울질하면서 당장은 정치자금 논란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부관계자들은 자칫 대선구도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후보간의 양자대결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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