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부도여파 신용불안 제조업체 외면/호텔·부동산 등에 대출집중… 자금흐름 왜곡대기업 연쇄부도의 여파로 금융권의 자금흐름이 크게 왜곡되고 있다.
올들어 한보 기아 삼미그룹 등 거대그룹이 7개이상 도산, 금융시장이 극도의 「신용공황」상태에 빠져들면서 중소 제조업체의 자금줄은 완전히 끊긴 반면 대기업이나 서비스업종에 대한 대출은 급증하는 등 「자금흐름 왜곡」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경색이 계속되면서 「돈은 있지만 마땅히 굴릴 곳」이 없어진 금융기관들이 제조업은 외면한채, 투자수익률이 높은 호텔 백화점 부동산 등 서비스업종에 돈을 몰아주고 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보사태이후 중소 제조업체의 부도율이 늘면서 제조업종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총액은 연초 70조5,630억원에서 7월말 77조2,690억원으로 8.6%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중 현대 삼성 대우 LG그룹 등 4대 그룹이 대출총액을 21조6,696억원에서 25조5,281억원으로 늘리는 등 은행대출을 독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조업체에 대한 은행대출은 실질적으로 감소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면 서비스 업종에 대한 대출은 큰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호텔, 여관, 대형음식점 등 숙박음식업에 대한 은행대출은 1월말 8,940억원에서 7월말에는 1조2,110억원으로 26%이상 급증했고 운수창고업도 2조7,550억원에서 3조1,360억원으로 12.2% 늘었다.
또 거품경제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부동산업종에 대한 대출도 1조5,980억원에서 1조9,660억원으로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자는 『중소 제조업체에 돈을 빌려줘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금시장이 워낙 불안하고 일선 지점장들이 몸을 사리는 바람에 부도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기업이나 소비업종으로 대출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자금흐름 왜곡현상」은 보험 종합금융 리스 파이낸스 등 「돈의 논리」에 충실한 2금융권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올들어 7월말까지 이들 비통화금융기관의 제조업종에 대한 대출증가액은 1조3,4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7,630억원)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숙박업종의 대출증가액은 지난해 같은기간(1,140억원)보다 300억원이상 증가한 1,420억원을 기록했고 운수업종(1,780억원→3,340억원)과 부동산업종(2,140억원→5,090억원)의 증가액도 지난해보다 2배이상 늘었다.
은행계열 리스사의 한 관계자는 『리스업계의 경우 최근 기아사태 등으로 마땅히 자금을 운용할 곳이 없어지면서 산업설비자금을 공급한다는 설립취지와는 무관하게 병원 호텔 백화점과의 거래를 늘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S생명 심사부의 한 관계자도 『적정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위험하더라도 기업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자산운용부문과 「제조업에 대한 대출은 자제해야 한다」는 심사부문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