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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7주년을 보며/서병철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실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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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7주년을 보며/서병철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실장(특별기고)

입력
199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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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통일비용 투자 독일 화합결실 가시화/대북교류 등 신뢰구축 우리도 통일 준비해야90년 10월3일의 독일 통일은 2차대전후 형성되었던 부자연스런 정치적 결정, 즉 분단을 원상태로 되돌려 놓은 쾌거로써 그후 7년동안 각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유도하였다.

패전국이었던 독일이 이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 문턱에 다가서서 정치적 강대국 대열에 끼기 시작하였다. 통일전 경제적 대국, 정치적 소국이라는 불가피했던 굴레를 벗어 던졌다. 경제적으로는 규모가 커지면서 과도기적 난관을 겪었으나, 97년 성장률 2.9%로 이미 회복세에 들어섰다. 독일은 통합되는 유럽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며, 프랑크푸르트에는 유럽 단일통화 「유로」를 발행하는 연방은행이 들어서게 되었다. 자고로 「주화를 주조하는 자가 정권을 잡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통일독일의 위력은 증대일로에 있다.

통일되기 전 동·서독이 통합에 관한 구체적 사항에 합의하여 250쪽에 달하는 통일조약을 체결하였다. 이를 근거로하여 동독지역이 서독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대의정치 등을 채택하였고 5개의 새로운 연방주를 형성하였다. 서독의 행정기구, 법률체제, 교육제도, 군사체계 등은 동독지역에 이식되었다.

통일직후의 환희에서 벗어나 냉정을 되찾게 되면서 양편 주민은 상호간에 눈에 거슬리는 일을 발견하게 되었다. 체제가 다른 상황에서 생활방식, 행동양식, 정치문화가 다르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동독인들은 서독인을 「베시스」로 얕잡아 부르면서 자기만 잘되려하고 이상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생각해 내어 잘난척한다고 비난한다. 반면 서독인들은 동독의 「오시스」들이 게으르고 융통성이 없으며 진취적이지 않아 못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상반된 태도가 시간이 흐르면서 완화되고 같은 민족으로서 동화되어 점차 이해하기 시작하였으나 거리감을 완전히 좁히는데는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통일되기전 연간 1,000만명이 동·서독을 오갔고 교역이 120억 달러에 달했으며, 전화와 편지의 교환이나 TV 라디오방송 수신이 가능했던 독일에서도 이질감이 이와 같이 크다.

따라서 통일을 앞두고 남북한간의 신뢰구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북한이 개방과 개혁을 서둘러 남·북한 간의 교류와 접촉이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한국은 북한이 폐쇄와 고립에서 벗어나도록 백방으로 노력해야 한다.

독일은 막대한 통일비용을 사용하여 실질적인 통일을 이루고 있다. 지난 7년동안 1조마르크(약 550조원)가 투입되었다. 경제규모가 큰 독일로서는 통일비용이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4∼5% 정도이며 이를 근로자 소득세의 5.5%에 해당하는 통일연대세로 충당한다. 이 금액은 대부분 동독지역의 낙후된 사회 간접자본확대와 사회복지비로 쓰여진다.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동독지역 개발을 위한 전략적 투자이다. 수년후에는 이 투자의 결실이 나타날 것이다.

한국의 통일비용으로 학자들은 2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계산방법에 따라 다양한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통일비용이 크게 부담되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있을때까지 통일을 지연시켜야 한다는 이론을 주장해서는 안될 것이다. 통일의 기회는 예기치 않게 올 수 있다는 것을 독일의 경우에서 보았는데, 기회를 즉각 포착해야하고 그렇게 하기 위하여 국력배양등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과거청산문제이다. 원칙적으로 사살명령과 같은 반인륜적 범죄에 대하여는 실형을 언도하고 불가피하게 동조했던 경우는 관대하게 처리한다. 구 동독 공산당 서기장 크렌츠에게는 베를린장벽 탈주자를 사살하도록 명령한 혐의로 지난달 25일 6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법정구속했다. 그밖의 일반 구동독 지배계층이나 고위간부들은 실정법 위반 혐의가 없을 경우 불문에 붙인다.

통일되기전 이들이 통일과업수행에 협조하도록 하기 위하여 서독이 관대하게 취급할 것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북한 엘리트들에게 이와 유사한 선언을 함으로써 통일과업을 방해하지 않고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함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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