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98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B조예선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이 중동의 강호 아랍에미리트(UAE)팀을 3대0으로 완파, 감격에 휩싸였던 잠실주경기장은 7만 관중이 빠져 나간 뒤 온통 쓰레기와 오물로 뒤덮였다. 마치 우리 경기장문화, 즉 관전문화의 수준을 증언하는 것 같았다.각종 알루미늄 캔을 비롯, 소주팩, 먹다 남은 김밥, 페트병, 비닐봉지 등 들먹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온갖 쓰레기가 30여톤이나 나뒹굴었다. 이것도 부족해 수많은 의자가 부서지고 온전한 의자엔 신발자국이 선명해 시민들의 질서의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국민들의 기대대로 프랑스 월드컵을 향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축구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처럼 축구가 발전하면 축구팬들의 관전태도도 그만큼 성숙돼야 하는데 부끄럽게도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
관전문화는 그 나라 문화수준의 한 척도라고 한다. 지난달 28일 도쿄(동경)에서 열린 한일축구전에서 한국팀이 역전승을 거두었을 때 보여준 5만여 일본관중의 의젓한 관전태도는 정말 부러울 정도였다. TV를 통해 이를 지켜보고도 우리는 흉내조차 내지 못하고 거꾸로 달리고 있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 한일공동개최를 앞에 두고 있다. 현재와 같은 낮은 관전문화 수준으로 어떻게 이를 치러낼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술에 취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암표상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축구사랑만으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버려야 할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낮은 관전문화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질서의식이 뒤따라야 한다. 법의 제재는 그 다음이다. 쓰레기를 되가져오고, 가져가는 조그마한 양심이 관전문화의 수준향상은 물론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첩경이다. 잠실주경기장에 남아 뒷정리를 하던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갖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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