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7.10.06 00:00
0 0

71년 박정희 대통령때 전격 도입된 그린벨트는 흔히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1세때 처음 시행된 도시 비대화 방지제도와 비교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그보다 훨씬 앞선 시대에 금산이라는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지맥보호를 위한 제도였지만 효과는 그린벨트와 같았다. ◆조선시대 왕이 재정 군제업무에 참고하던 만기요람에 따르면 영조 이후 금산은 봉산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나 해당 산림구역의 건축행위 통제 등 규제는 여전했다. 이때 전국의 금산은 3백75곳이었는데, 서울장안을 둘러싼 북악산 인왕산 낙산 남산은 물론, 북한산 도봉산이 모두 금산이었다. ◆그 시대라고 금제를 어기는 사람이 없었을까. 성종때는 경치 좋은 곳에 정자나 별장을 갖고 싶은 지배계층이 금산구역에 지은 불법건축물이 너무 많아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왕은 일반 백성들이 지은 것은 눈감아 주고 권신들의 것은 철거토록 했다. 돈과 권력 가진 사람들의 불법이 더 나쁘다고 본 것이다. ◆국정감사철이면 으레 나오는 단골메뉴가 있다. 경기도내 그린벨트 지역의 호화별장이 58개이며, 이중 34개는 재벌총수 등 기업인들 소유이고, 45개는 박대통령 사후에 지어진 것이라는 경기도 제출 국감자료이다. 올해도 건설위 소속의원들의 요구로 그 자료가 제출됐는데 내용은 몇해 전의 것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의원들이 해마다 같은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그동안 불법행위가 얼마나 시정됐는지를 알아보려는 것이리라. 서민들에게는 닭장 하나 짓지 못하게 하는 그린벨트가 이렇게 너그러울 수도 있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