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중대 시발 지역문제 심층접근/설문조사·섹션도입 등 체제개편 가속대학신문도 대학가의 변화바람을 타고 변신을 꾀하고있다. 「이념의 시대」랄만한 80년대 공개적인 논쟁의 장으로서 사회의 「소금」역할을 해왔던 대학신문이 문민정부이후 달라진 주변여건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기때문.
최근 대학신문을 보면 딱딱한 학술논문이나 토론 일변도의 내용에서 탈피, 학생들의 다양한 기호와 관심사를 반영할 수 있는 주제를 택하는가 하면 편집에도 시각적 개념을 도입하는 등 시선을 붙들어매기 위해 안간힘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양상은 대학주변 지역문제에 대한 관심. 학생들이 일상으로 마주치는 대학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지역주민들도 「독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이다.
지난 94년 중앙대 신문이 먼저 동작구청 소식과 흑석동 일대의 지역소식을 따로 실어 주민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얻었다. 그 뒤 몇몇 대학신문들이 지역정보를 담았고 올해 2학기부터 대변신을 시도한 연세대 신문 「연세춘추」은 아예 「지역신문」을 모토로 내결었다. 연세춘추는 여기다 섹션개념을 도입, 신문체제의 전면적인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대학신문이 취급내용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보이며 단골메뉴로 삼는 것 중의 하나가 설문조사. 지난해 고대신문이 「복제하고 싶은 인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정희가 1등을 차지하는 바람에 주목을 끌기도 했다. 또 「지금의 성과 다른 성으로 태어난다면」 등 다소 선정성까지 띤 설문도 등장했다.
이같은 경향은 논지의 분명함과 와 논리의 정교함을 신문제작의 지향점으로 삼던 70, 80년대의 대학신문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학생운동이 절정이던 80년대 대학신문은 사회변혁이론의 각축장이었다. 학보가 나오는 월요일아침이면 학회나 동아리방은 뜨거운 토론의 열기로 후끈 달아 오르곤 했다. 학보가 남아도는 법이 없을 정도였다.
88년 1학기 서울대 대학신문에 당시로서는 금기이던 북한 김정일의 「주체사상에 대하여」라는 글이 올라 공안당국은 물론 학생운동내부에서조차 아연 긴장한 일도 있었다. 고대신문 문화국장을 지낸 전용호(30·고려대 박사과정)씨는 『당시는 변화하는 사회를 읽어낼 수 있는 인식의 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연세춘추 편집국장 곽동원(영문3·22)씨는 최근 대학신문의 변화양상에 대해 『대학신문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가는 대학문화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매체』라며 『그렇더라도 학문적 호기심과 사회변화에 대한 관심의 고삐를 결코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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