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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식 집회 안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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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식 집회 안된다(사설)

입력
199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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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치 개혁특별위원회가 오는 대통령선거에서 옥외집회를 후보당 전국 303개 시·군·구에서 1회씩 허용키로 한 것은 개혁이 아니라 혼탁선거의 재연이다. 이는 돈 적게 드는, 조용한 선거를 이룩하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옥외연설 대결로 시끄럽고 어지러운 선거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당초 여야가 정치개혁 특위를 구성한 것은 92년의 엄청난 대선 지원자금에 대한 반성에서 돈 적게 드는 선거를 유도하고, 정경유착에 의한 검은 자금을 차단하여 정치자금을 보다 투명화하려는 게 주 목적이었다. 결국 돈 많이 드는 선거운동의 주범중 하나로 정당연설회가 지목되고 반사적으로 후보들의 TV토론이 크게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역대 대통령선거 중 정당연설회―옥외집회는 1950년대 이래 허용돼 왔으나 87년 13대, 92년 14대 대선때 절정을 이뤘다. 거액의 경비를 들여 수십만 100여만명이 운집하는 소위 여의도식 매머드 집회를 여러차례 연 것이다. 이는 유권자에게 정책과 공약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세를 과시하고 민심과 여론을 멋대로 휘젓고 흔드는 것으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매머드 연설회를 위해 여야 모두 수백억원의 자금을 썼다.

여야는 여의도식 초대형 연설회의 폐단에 대한 국민들의 거센 비판론에 부응, 이같은 연설회는 물론 아예 옥외집회를 일체 폐지할 것처럼 의욕을 보였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야당의 주장을 수용, 슬그머니 「재연」키로 한 것은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 하겠다. 특위는 전국 시·군·구에서 각각 3회씩 모두 909회의 연설회를 1회씩 303회로 축소했다고 하나 눈가리고 아옹 격이다.

92년 대선때 각 후보마다 실제로 옥외연설회를 연 것은 100회 미만이었다. 문제는 단 100회라도 어느 당이 웬만한 규모의 옥외연설회를 열면 다른 당들도 이에 질세라 보다 더 큰 연설회를 경쟁적으로 열어 끝내 여의도식 연설회로 변질하고 이를 위해 또 다시 검은 자금을 끌어들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TV토론은 국민들에게 후보를 확인·검증하는 하나의 장치로 돼 가고 있는데 매머드집회를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발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특위가 신문광고 횟수를 후보당 50회에서 70회로 하되 국고부담키로했고 경력방송 횟수도 TV와 라디오당 5회 이상서 8회 이상으로, 후보와 연설원의 방송연설을 TV·라디오당 7회에서 11회로 늘린 것은 보다 비용이 덜 드는 방법으로 후보를 알릴 수 있다는 취지 때문이다.

옥외연설유지에 대한 반론이 거세지자 여당이 재검토의사를, 야당은 전국 16개시·도에서 2회씩 허용하는 수정안을 낼 뜻을 보인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옥외집회는 일체 폐지해야 한다. 대신 옥내집회는 거의 무제한 허용하며 후보가 차량이동 중 역과 정류장이나 기타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 30분 이내에 즉석연설하는 것 등은 허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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