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 3㎞구간 한쪽차선 점령/산책길 “낯뜨거운 장면” 눈살서울 도심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남산. 도심의 숲이 우거진 호젓한 공간인 남산순환도로가 카 데이트족의 천국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낮에는 우거진 숲이, 밤에는 드문드문 설치된 가로등이 「은밀함」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렴한 주차요금도 젊은이들에게 또다른 매력이다.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남산도서관까지 3.1㎞의 순환도로는 밤낮 할 것 없이 통행차량보다 주차차량이 더 많다. 80년대 중반부터 일방통행도로로 바뀐 폭 6m의 순환도로 한 쪽 차선은 최근들어 거의 온종일 주차장이나 다름없다.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남녀 뿐 아니라 피로를 달래기위해 찾아와 잠을 청하는 트럭운전사들도 많다. 요즘 들어서는 소일거리를 찾지 못해 차를 주차해 놓은뒤 서울도심을 내려다보며 연기를 뿜어대는 중년신사들도 더러 있다.
남산순환도로는 해가 떨어지면 아연 활기를 띤다. 카 데이트족이 한쪽 차선을 거의 점령한다. 낯뜨거운 장면들도 자주 눈에 띄어 모처럼 산책에 나선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밤시간에 주차하는 차량들은 3∼4시간의 주차는 예사고 새벽까지 머무르는 차량도 적지 않다. 하오 11시부터 상오 7시까지는 주차요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남산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이들 카 데이트족들로 인해 시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한다. 한 직원은 『낯뜨거운 장면을 봤다는 산책시민들의 항의가 잦다』면서 『그러나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일일이 참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난감해 했다.
공원관리사무소는 최근 몇가지 조치를 취했다. 7월부터 통행요금을 5백원 선불제에서 시간제로 바꿨다. 기본 1시간에 30분단위로 5백원씩을 추가하는 시간요금제를 도입했다. 그래도 카 데이트족은 줄지 않았다. 3시간 호젓하게 지내는데 3천원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공원관리사무소측은 8월말에는 1백m간격으로 견인표지판도 설치했으나 모두가 사람이 타고 있는 차여서 견인도 어렵다는 것이다.
공원관리사무소측이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한 가운데 남산순환도로는 카 데이트의 명소가 돼 가고 있다.<정진황 기자>정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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