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슈퍼 301조를 발동하면서 빚어진 양국간의 긴장이 자칫 전면 통상전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자국산 쇠고기에서 검출된 병원성 대장균 O―157의 검역에도 통상압력의 시비를 걸어오고 있다. 주권모독적인 미국의 자세에 국민적 분노는 당연하다. 미국에 강력대응을 촉구하는 여론에 정부는 귀를 기울이면서 우리의 통상외교가 과연 적시에, 적절한 절차를 거쳐 작동되었는지도 차분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통상전쟁도 엄연한 전쟁이다. 전략이 있고 무기가 있어야 하고 정보가 있어야 한다. 더구나 상대는 냉전 종식 이후 유일무이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다. 냉혹히 이야기한다면 우리가 미국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힘든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가 설령 이길 수 있다해도 결과적으로 통상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 있다면 한미 양국 모두를 위해 슈퍼 301조 발동의 시행을 방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나 관련업계가 과연 그런 자세와 태세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자동차협상의 주무장관인 임창렬 통산부장관은 한미기업협력위원회의 창립총회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던 중 슈퍼 301조의 발동소식을 듣고 『미국이 뒤통수를 쳤다』고 화를 냈다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강경식 부총리도 이달초부터 전국 주요도시를 돌며 경제강연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 정부로선 슈퍼 301조의 발동 가능성에 어떤 전망과 태세를 갖추고 있었는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정부는 6일에야 회의를 열어 자동차협상 특별대책반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 있던 관계자들은 미국의 슈퍼 301조 발동 가능성을 국내에 보고했으나 어느 곳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실이라면 이는 한미통상전쟁을 맞고 있는 우리 통상외교의 현주소이고 정권말기 무사안일의 전형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국내 자동차업계 역시 먼산 구경하듯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미국 자동차업계의 빅3가 슈퍼 301조의 발동을 미국정부에 요구하며 로비를 벌이는 동안 우리 업계는 그들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국회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 흔한 의원외교는 어디에 쓰자는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뒤늦게 정부만을 호통치는 국회모습이 차라리 안쓰럽다.
아직 협상의 시간은 많다. 정부와 정치권 민간업계가 혼연일체가 되어 전열을 가다듬어 우리의 주장과 권익을 관철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 전술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의 일치된 단결과 노력만이 냉엄한 경제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세를 새롭게 다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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