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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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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30년 개천절(3일)은 미국 TV방송국들의 비참한 북한식량사정 보도여파로 우울하게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CBS방송이 특종보도 예고와 함께 세계적으로 방영한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상황은 한국TV들도 중계해 그 내용이 보도됐는데 눈을 멀뚱거리면서 굶어 죽어가는 고아원어린이들,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유랑민들, 굶주림에 중심을 잡지 못하는 군인모습 등은 아무리 김정일정권이 모질다해도 저럴 수가 있는가 하는 분노를 치솟게 했다. ◆김독재만 없다면 한반도에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부터 한민족은 동네에 가난이 생겨 어느 집 굴뚝에 아침밥 짓는 연기가 나지 않으면 이웃은 구호양식을 갖다주는 풍습을 갖고 있다. 반드시 자선심이 많아 그런 것이라기 보다는 동네에 아사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동네 전체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새뮤얼 헌팅턴교수는 한민족이 본래 잔혹성을 가진 민족이기 때문에 판문점도끼만행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바 있는데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인민의 아사상태까지도 중대시 하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는 한민족이 정치권력 장악을 위해서는 온갖 못할 일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할는지 모른다. ◆CBS필름은 이런 감정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 쪽에서는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방영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온 얼굴에 화장을 짙게 한채 김정일찬양곡을 합창하는 어린이 무용단의 모습을 비췄다. 대변인인듯한 북한인이 나와 북한에서는 어린이 교육의 90%가 김일성·김정일학습이라고 말했다. 김정일이 기아해결을 최우선과제로 삼지 않는다면 더 큰 부끄러움을 둘러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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