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벌써 몇달째 기아사태라는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다. 안개가 언제나 걷힐지, 기아그룹 운명이 어떻게 될는지, 금융 자동차 중소하청업계 등 관련업계에는 얼마나 피해가 더할지, 어느 하나 분명하거나 예측가능한 구석이 없다. 이미 기아사태가 경제에 미친 해악은 계량화가 불가능하다. 금융권 전체가 부실군으로 전락하고 대외신인도 하락에 따른 엄청난 금융비용손실, 환율불안으로 인한 국부의 유출과 금융혼란 등 끝이 없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은 그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해악이며 혼란의 근원이다.그러나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몇가지 분명해 보이는 사실이 있다. 그 첫째는 지금같은 혼돈상황이 많은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적어도 현정권말까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아가 신청한 화의가 받아들여지더라도 3∼5개월 후에야 구체적인 해결윤곽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기아의 전략 역시 어떻게든 적대적인 현정부를 피해 새정부에서 반전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구도대로 기아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해도 노조의 반발 등으로 사태는 더욱 혼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기아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데에는 강경식 부총리와 기아그룹 김선홍 회장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는데 이의를 달 이는 별로 없다. 그렇지만 두사람중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행동을 할 것 같지 않다는 점도 또 하나 분명해 보이는 사실이다.
과거에 경제가 지금처럼 나빠졌다면 아마 부총리는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부총리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경우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강부총리는 증권가에 경질설이 나와 주가를 조금 올려놓는 일이 몇번 있었지만, 현정권 종료때까지 「무사히」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높다. 김선홍 회장 역시 사태의 책임을 내부보다는 외부의 음모에 돌리며,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책임의 짐은 두사람이 아닌 애꿎은 기아의 종업원들, 하청업체, 더나아가 국민 대다수가 나눠지고 있을 뿐이다. 안개가 걷힐 날은 언제인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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