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주교단 ‘2차대전 홀로코스트’ 유대인에 사과성명『우리는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이 자행될 때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우리는 묵인의 과오를 인정합니다. 진정으로 하느님과 유대인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2차 세계대전중 7만6,000여명의 유대인이 잔혹하게 죽어간 프랑스 드랑시에서 1일 올리비에 드 베랑제 대주교는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고해성사같은 베랑제 대주교의 사과성명은 과거 잘못의 진상조사와 역사청산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또한 50여년 긴 세월동안 프랑스 유대인 75만명의 가슴에 쌓인 한을 풀어준 것이기도 하다.
유대인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홀로코스트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준 「반유대인법」 제정 57주년 기념식 전날 행해진 가톨릭 주교단의 성명은 프랑스에서 최초로 나온 홀로코스트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었다. 프랑스 정부나 종교단체는 그동안 2차대전중 나치괴뢰정부인 비시정권하에서 행해진 홀로코스트에 대해 실체적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정통성없는 비시정권하에 이뤄진 일이고 프랑스와 대량학살이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에 진상조사나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세계적인 비난 여론과 인권단체의 비판에 떼밀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95년 「대량학살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라고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진실규명의 거센 요구에 직면한 주교단은 『사랑과 정의를 실천해야 할 가톨릭의 주교들이 어린이 1만2,000명 등 수많은 유대인이 가스실에서 죽어갈 때 침묵과 굴종으로 일관한 것은 학살에 동조한 것과 같다』며 유대인에게 사과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주교단의 사과에 대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참 신앙을 굳건하게 하는 행위이며 진정한 용기이다』고 평했다.
한편 이번 성명은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비시정권당시 관료 모리스 파퐁의 1,200명 유대인 학살 혐의에 대한 재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파퐁의 유죄가 인정되면 프랑스에서 행해진 홀로코스트에 대한 전면적인 진상 조사는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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