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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301조’ 겁낼것 없다/박노형 고려대 법대 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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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301조’ 겁낼것 없다/박노형 고려대 법대 교수(특별기고)

입력
1997.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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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협상 시작 그이상 의미는 없어/현 WTO체제아래선 미 일방보복은 불가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0월1일 발표한 연례 「슈퍼 301조」 보고서에서 한국의 자동차시장에 관련된 관행을 우선협상대상국관행 (PFCP)으로 지정하였다. 미국 행정부내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PFCP의 지정에 관하여 강경한 입장과 온건한 입장이 쉽게 조율되지 않고 있어서 한국의 자동차시장에 대한 슈퍼301조의 발동이 불발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슈퍼 301조가 발동됨으로써 미국의 통상이익의 추구가 외교적 고려에 앞서고 있는 현실이 확인되었다.

슈퍼 301조의 발동에 따른 미국 정부의 향후 조치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조치에 관하여 일반 국민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미국과 한국의 조치를예상하기에 앞서서 우선 슈퍼 301조의 본질과 세계무역기구 (WTO)에서의 법적 지위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이제 「슈퍼 301조」보고서가 제출됨으로써 USTR은 보고서의 제출후 21일내에 1974년 무역법 301조 (원래의 301조)에 따른 조사를 개시하고, 자신의 법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일방적인 무역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슈퍼 301조의 발동은 미국이 한국의 자동차시장 개방을 위하여 원래의 301조에 따라 본격적인 양자 협상을 수행할 것을 의미하며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슈퍼」에 별다른 큰 의미를 둘 필요도 없는 것이다.

미국의 「슈퍼 301조」의 발동은 원래의 301조 발동의 돌입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의 301조 절차는 현재의 WTO체제에서는 더 이상 그렇게 놀랍거나 위협적인 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WTO의 분쟁해결제도에 따르면 어느 WTO회원국도 분쟁을 자신이 임의대로 결정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또한 301조에 따른 양자협상이 결렬되어 발동되는 일방적인 보복조치는 그 자체로 WTO법의 위반이 되게 된다. WTO회원국의 보복조치는 항상 WTO체제에서 허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의 301조 절차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WTO의 법체제와 항상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 즉 WTO협정과 같은 조약상의 권리가 문제된 경우에 USTR은 해당 조약, 즉 WTO체제에서 확립된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해결하도록 요구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WTO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관한 분쟁에 관하여 미국이 WTO분쟁해결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않는 경우에는 WTO법의 위반이 됨은 물론 미국 자신의 국내법인 301조의 위반도 된다.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보면, 현재의 자동차시장의 개방에 관련된 미국의 주장이 WTO법에서 정당화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물론 협상에서 미국이 자신의 자동차수출의 증대를 위하여 한국에게 관세를 인하하고 관련 세제를 개편할 것을 요구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하여 한국이 WTO법에 따른 어느 특정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는 않다. 따라서 한국 협상대표단이 미국의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점은 그동안의 미국에 대한 한국의 협상자세에서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극복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협상자세의 변화는 한국의 통상정책의 수행에서 자못 큰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미국이 한국의 자동차시장 개방요구에 대하여 이에 걸맞는 다른 혜택을 한국에 제공하는 균형된 협상이 전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이제 한국의 자동차시장 개방에 관하여 1년 정도의 장기적인 협상이 개시되었다. 우리로서는 미국에 대하여 보다 냉정하게 흥분되지 않고 당당하게 협상하여야 할 것이 요구된다.

통상에 관련된 정부 부처간의 긴밀한 협력은 물론 자동차산업과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도 요구된다. 이번의 자동차시장 협상이 앞으로 한국의 통상협상의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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