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린벨트규제를 대폭 완화한데 이어 수도권에 대한 공장 신·증설을 대폭 허용키로 했다. 한마디로 정부의 국토개발과 보존, 그리고 관리에 대한 철학의 빈곤과 비전의 부재만을 느낄 뿐이다.건교부는 사회 경제적인 여건 변화에 따라 수도권시책을 「합리적으로 개선키 위해」 수도권에 대한 공장 신·증설이나 관광지조성에 대한 규제를 완화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우선 사회 경제적인 여건이 어떻게 달라졌으며 그 방향이 정부의 주장대로 과연 「개선책」인지를 묻고 싶다.
수도권은 지금 인구의 밀집과 교통의 혼잡, 환경오염의 악화와 주택난으로 숨쉬기조차 어려운 과포화상태에 신음하고 있다. 전국토의 10%가 조금 넘는 수도권에 전인구의 절반 가까운(45.3%) 2,100여만명의 사람과 전국 사업체의 58%가 밀집돼 있어 경제력의 70% 정도가 몰려 있다. 텅빈 공단을 안은채 쇠락하는 지방경제와 대조적이다. 우리의 사회 경제 안보 등 제반 병리현상과 문제점은 이같은 수도권의 이상비대와 집중현상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도로를 넓히고, 집을 짓고, 상수원을 확충하고, 쓰레기 매립장을 건설하는데 뭉칫돈을 투입해도 문제해결의 갈증을 풀 수 없는 이유는 수도권집중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비대화는 안보에도 취약점이 되고 있다.
수도권정책의 방향은 응당 악화일로에 있는 수도권집중현상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정부가 70년 이래 시행해 온 각종 수도권집중억제와 분산정책의 근본의도나 이번에 정부가 시행령을 손대려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입법취지가 바로 그렇다. 대전광역시에 제3정부종합청사를 건설해 중앙정부기관을 대폭 이전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제투성이인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려는 배경에도 수도권분산이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입법예고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시행령개정안은 「수도권정비」라는 법명을 무색케 하고 있다. 오히려 수도권밀집현상을 부추겨 필연적으로 수도권의 교통 물류난과 경제력집중, 환경오염을 가중시키며 지방경제의 소외를 가져올 뿐이다. 그 결과는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기업의 공장입지난 해소 등 경제계의 희망과 이익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을 위해 국가대계를 왜곡시켜선 안된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수도권에 밀집한 공장과 사업체, 정부기관과 고등교육시설을 지방으로 이전토록 유인하는 과감한 재정 금융 세제지원정책이 대안으로 모색돼야 한다.
정부의 명쾌한 대안이 없다면 이는 대선을 겨냥한 선심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전반적인 수도권정책을 새 정권에 넘겨도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