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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렐라’ 최영일/전상돈 체육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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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렐라’ 최영일/전상돈 체육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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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렐라」 최영일(31)은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주장이자 맏형이다.그는 머리가 크다. 머리 큰것과 순대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몰라도 그의 동료들은 큰머리를 보고 순대를 연상했고 뒤늦게 빛을 본 축구판의 신데렐라라며 그를 「순대렐라」라고 부른다.

축구의 한·일전은 「총성없는 전쟁」이다. 두나라만 격돌하면 평소 축구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흥분한다. 지난주말의 월드컵 예선전은 완벽한 역전승이었다. 적지에서 선제골을 허용한뒤 교체선수가 동점골, 경기종료 4분전 역전 결승골. 축구관련 영화제작을 생각한다면 떠올릴만한 시나리오다.

축구협회, 코칭스태프, 전선수, 응원단 등 모두가 잘한 결과다. 물론 주역은 뒤늦게 들어가 동점골을 잡아낸 서정원과 결승골을 기록한 이민성이다.

하지만 「순대렐라」의 활약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본은 90년대 들어 한국축구의 목을 죄어왔고 그선봉에는 항상 일본축구의 영웅 미우라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미우라는 없었다. 「순대렐라」에게 묶여 공한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했다. 일본축구의 공격력은 이빨빠진 칼날처럼 무뎌질 수 밖에 없었다.

최영일은 수비수다. 머리가 커서 그런지 공중 헤딩볼 싸움에 능하다. 상대 스트라이커를 전담마크하는 스토퍼답게 몸싸움도 잘한다. 하지만 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축구외길의 성실파인 차범근감독조차 감동시킨 성실함이다.

89년 동아대를 졸업하고 드래프트 2순위로 프로축구 현대구단에 입단한 그는 무명이었다. 90년말 현대 사령탑으로 취임한 차감독은 그를 놓고 고민했다. 기량이 신통치 않아 그에게 맡길 포지션이 없었다. 하지만 차감독은 그저 성실히, 묵묵히 훈련을 해내는 그에게 믿음이 갔다. 출전횟수가 늘면서 기량도 일취월장, 94년 월드컵대표선수로 뽑혀 뒤늦게 태극마크를 달았다. 98년 프랑스월드컵을 준비하는 차감독은 그를 대표팀에 불러 주장을 맡겼다. 뒤에서 성실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그를 신임한 것이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그는 부산동래고 출신이다. 김호, 박성화, 정용환 등 한국대표팀의 스토퍼 계보를 동래고 동문이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물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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