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 여행비 과다신청 ‘트래블게이트’ 파문/“총리 몰랐을리 없다” 거센 퇴진압력 받아존 하워드(57) 호주총리가 취임 18개월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각료들의 여행경비 과다신청으로 촉발된 이른바 「트래블게이트」파문에 휘말려 퇴진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찮아도 일관성없는 정책 결정으로 비판을 받아오던 그에 대해 언론은 내놓고 『크리스마스때까지 버티기도 힘들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각료들의 여행경비 과다신청은 사실 관행처럼 여겨져 묵인돼 온 일. 「금세기 최악의 정치스캔들」로 번진 것은 야당인 노동당이 변절한 상원의원 맬 콜스턴의 여비 허위신청설을 표적조사한 데서 비롯됐다. 상원 부의장직 유혹에 빠져 자유당으로 이적한 그는 기소될 위기에 놓였으며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10년형을 받게 된다.
「트래블게이트」로 지난주 각료 3명이 옷을 벗었고, 그레이엄 모리스 총리비서실장 등 고위보좌관 3명도 해임됐다. 모리스는 5개월전 이 비리를 보고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해 총선 당시 「정직한 공직자상 실현」을 공약했던 하워드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결국은 이 일로 자승자박한 꼴이 됐다. 하워드의 절친한 친구인 모리스가 연루된 것이 사실이라면 총리 자신도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된 것이다. 비판자들은 관련혐의가 드러나기도 전에 해임이라는 과잉처방을 내린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이 터지자 하워드의 인기도는 스캔들이전 42%에서 36%로 급락했다. 지난해 3월 노동당의 13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후 69%에 달하던 지지세력이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는 30일 『수많은 캔버라 시민들이 무능하고 부정한 하워드 정부의 종말을 목격하기 위해 의회 방청권을 얻으려 장사진을 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총리 퇴진 가능성이 확산되자 외환거래자들은 호주달러를 일제히 매도, 금융불안마저 야기되고 있다.<이희정 기자>이희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