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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누더기’/모두 9차례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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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누더기’/모두 9차례 손질

입력
1997.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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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사사오입에 날치기 등 파행연속/87년 9차개헌만 국민 지지속에 단행우리나라 개헌의 역사는 말 그대로 파란의 역사였다. 국민적 합의와 정당한 절차보다는 초헌법적·위헌적 전횡이 헌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왔다.

흔히 「발췌 개헌」이라고 불리는 52년 제1차 개헌부터가 그랬다. 이승만 대통령의 재집권을 위해 마련된 개헌안은 계엄령이 선포되고 개헌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감금된 상태에서 국회를 통과, 헌법의 불행한 앞길을 예고했다.

이승만 정부의 개헌 시도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54년 9월8일, 이승만 대통령의 3선을 위해 나온 개헌안은 11월27일 의회 표결 결과 재적의원 203명 중 135명이 찬성, 「재적의원 3분의 2」에 1표가 미달해 부결됐다.

그러나 이틀후인 11월28일 자유당 소속의 최순주 국회부의장은 찬성률 66.502%를 반올림하면 67%가 되어 정족수를 넘는다며 가결을 선언했다. 제2차 개헌이 「사사오입 개헌」이라고 불리게 된 연유다.

4·19혁명으로 출범한 제2공화국에서의 두 차례 개헌은 의원내각제를 도입하고 일제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5·16쿠테타 이후 헌법은 다시 호된 시련을 겪게 된다.

제3공화국을 출범시킨 제5차 개헌은 국회해산 상태에서 이뤄졌다. 박정희 대통령의 3선을 위한 69년의 제6차 개헌안은 야당 의원을 따돌리고 여당의원들만 새벽에 모여 날치기로 통과됐다.

박정권은 이어 72년 10월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한 상태에서 이른바 「유신 헌법」을 도입했다. 야당과 대학생·지식인들의 격렬한 반대와 저항이 계속됐지만 국민투표에서 91.5%의 지지를 받았다.

대통령 7년 단임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5공 전두환 정권의 8차 개헌안은 1인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의 염증을 부분적으로 고려했으나 절차와 내용 모두가 개운하지 않았다.

87년 10월의 9차 개헌은 헌법사에 한 획을 그었다. 6·10항쟁의 결과였던 이 개헌은 대통령을 내손으로 뽑겠다는 국민 열망에 기초한 것이었다. 9차 개헌은 이러한 국민적 열망과 지지속에 여야 합의로 이뤄졌다.<황동일 기자>

◎권력구조 장·단점 ‘제각각’/이원집정부제­대통령·총리 권력분산… 불화땐 혼란/순수내각제­다양한 의견 반영… 정치불안 가능성/대통령중임제­‘권력누수 방지’ 지나치면 권력집중

대선을 앞두고 현재 각 후보 진영에서 내놓았거나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권력구조 개편안은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대통령중심제를 유지하되 5년 단임 제한을 4년 중임까지 허용하자는 것 등이다.

한때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가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원집정부제는 프랑스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프랑스식 대통령제」라고도 불린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의회에서 인준한 총리가 정부의 권한을 나눠 갖는 독특한 제도이다. 대통령은 군통수권과 외교권 등을 갖는 명실상부한 국가원수이지만 조각권 등 내정에 있어서는 총리가 권한을 갖는다. 또 의회의 각료 불신임권도 인정한다. 다만 전시 등 국가위기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행정 전권을 갖게 된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력 분산과 감시가 이뤄진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대통령과 총리가 반목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부를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절차상 대통령이 의회 다수당 당수를 총리로 지명하고 의회가 인준하는데 대통령이 총선에서 승리한 반대당 당수의 총리 지명을 미룰 경우 의회민주주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과 총리가 중요 사안을 두고 의견 충돌을 일으켜 정책 수행에 곤란을 겪은 예가 많다.

핀란드와 아일랜드, 오스트리아도 헌법으로는 이원집정부제를 채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순수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한때 국민회의 일각에서 제기됐던 준대통령제도 이원집정부제에 우리의 현실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대통령을 의회에서 간접선거로 뽑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정당과 달리 일찍부터 내각제의 장점을 홍보해 온 자민련은 독일식 순수 의원내각제를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은 입헌군주제의 국왕과 같은 상징적 국가지도자에 머물고 총리가 행정권을 행사한다. 일반적으로 권력집중도가 떨어지고 다양한 정파의 견해가 국정에 반영된다는 장점이 거론되지만 국가 기밀 유지가 어렵고 잦은 정치불안을 부를 수 있어 남북대치라는 특수상황에 대처하는 데는 약점이 있을 수 있다.

조순 민주당총재나 이인제 전 경기지사는 4년 중임 대통령 중심제에 호감을 표하고 있다. 현행 권력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되 국회의원 임기와 맞추어야 할 필요성, 대통령 취임후 2년만 지나면 권력누수 현상이 나타나는 현행 5년 단임제의 단점 극복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이상연 기자>

◎선진외국에선 전면개헌 드물다/미,수정조항 26개만 추가/일선 ‘평화헌법’ 50년 고수

건국 50년도 안돼 9차례나 헌법을 전면 개정한 우리나라 헌정사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다. 특히 아홉 차례 개헌이 권력구조를 바꾼 것이어서 「집권연장을 위해 헌법을 유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은 47년 맥아더사령부가 기초한 이른바 「평화 헌법」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치지 않았다. 개헌논의가 계속돼 왔지만 현행 권력구조를 고치자는 것이 아니라 「항구적 전쟁 포기 및 교전권의 부인」을 규정한 헌법 제9조의 완화가 핵심 쟁점이 돼 있다. 입헌군주제와 의원내각제로 요약되는 일본의 권력구조는 정경유착과 정치권의 이합집산, 일당독재 가능성 등 많은 단점을 노출해 왔다. 그래도 헌법 개정보다는 법규 개선이나 제도 운용면에서의 내실화 등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이 일본 국민과 정치권의 생각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헌법을 가진 미국은 헌법 제정 200년이 지났지만 전면적 개헌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권리 장전」으로 알려진 10개 조항이 1791년 제정된 이래 수정 조항 26개가 추가된 것이 현재 미국헌법이다. 수정 조항도 표현의 자유 보장 등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것들이다. 권력구조와 관련된 것은 51년 대통령의 재임을 2회까지로 제한한 것이 유일하다. 대통령 간선제와 양원제, 의회의 임명동의권과 대통령의 법률거부권 등 「미국식」대통령중심제로 불리는 권력구조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명문화한 헌법이 없는 영국에서는 권력구조 변경이 있었으나 혁명적 변화보다는 명실상부한 국민적 합의에 따라 신중히 바뀌었다. 하원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해 국정을 책임지던 전통적 의미의 내각책임제는 현재 총리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형태로 변화했다. 각의가 갖고 있던 하원해산권을 1918년 총리 개인에게도 주는 등의 제도 변화로 총리의 권한이 한결 커졌다. 이는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수렴하면서 동시에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지도자를 원하는 민의를 반영한 결과였을 뿐이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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