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전당대회에서 이회창 대표가 새총재로 선출됐다. 당자체로서나 대선정국 전반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당차원에서는 이총재가 대통령 후보직에 이어 총재에 피선됨으로써 김영삼 대통령의 우산에서 벗어나 집권당의 당권을 장악, 자신의 체제를 구축하여 이회창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아울러 이총재가 신한국당을 수습, 본격적인 선거태세를 갖추어 대선 정국의 양상은 크게 달라지게 할 것인가 하는 과제도 안게 된 것이다.이총재는 총재직 취임으로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집권당 제1당의 총수로서 경제회생, 민생안정, 안보강화 등도 그렇고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고 땅에 떨어진 국민적 사기를 끌어올려야 할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이른바 「대쪽」과 「법대로」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워 온 이총재로서는 도덕성에 이어 당을 이끌고 국정의 현안을 수습할 수 있는 자질과 리더십, 그리고 다양한 의견과 비판들을 포용하고 추스르는 능력을 시험받는 계기가 된 셈이 된다.
사실 이총재가 취임사에서 제기한 국민대통합 등 새과제와 새공약들이 국민들에게는 힘있게, 또 미덥게 들리지 않는게 현실이다. 그것은 흔들리는 신한국당의 모습 때문이다. 이같은 혼란과 내분은 경선승복 약속을 뒤엎고 탈당, 독자출마를 선언한 이인제 전 지사의 행태와 비주류측의 이총재 반대론, 후보 교체론으로 가속화했지만 그 원인이 어떻든 이총재의 두 아들의 병역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이총재의 큰 약점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총재에게 있어 총재 취임은 절호의 기회이자 심각한 위기라는 양면성을 지니게 된다. 즉 당내외의 비판적 시각과 반대론을 극복하게 될 경우 후보 교체론은 상대적으로 가라앉게 될 것이다.
때문에 새체제 출범 후 이총재가 서둘러야 할 것은 수신제가―집안정돈과 화합이다. 집안정돈이 된 후에야만 대선에 총력체제로 임함으로써 승리, 즉 평천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이총재가 집권당의 총수이자 대권승리를 목표로 하는 지도자로서 마음을 열고 또 비워야 한다. 반대파와 비판적 인사들을 최고위원으로 병풍처럼 세울 정도가 아니라 당운영권은 대표 등 이들에게 모두 넘기고 각종 당직과 선거대책기구에 반대파들을 우선적으로 기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민들에게 사과도 할 수 있는 대쪽임을 보여주고 또 각계의 여론에 의한 참신하고 실천 가능한 공약들로 국민에게 신뢰감을 갖게 해야 한다.
국민도 그렇지만 야당과 다른 후보들은 이총재의 향후 모습을 주시하고 있다. 소위 야당후보 단일화를 위한 DJP 협상도, 이인제 신당창당도 월말로 늦추며 10∼15일후의 이총재의 지지도를 주시하고 있다.
이총재는 대변신만이 성패를 가름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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