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에 대한 채권금융단의 부도방지유예협약이 어제(29일) 만료됐다. 그러나 기아사태는 지난 2개월 남짓한 동안 기아그룹과 채권금융단 및 정부 등 3자 사이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극심한 불신과 대립으로 일관, 전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혼란과 대외신용도의 하락이 심각해지고 있다.관련 3자 모두가 지금까지의 이기적인 자세를 떨쳐 버리고 나라경제를 조속히 살려 나간다는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 무엇이 진정으로 기아그룹을 갱생시키고 또한 기아그룹에 물려 있는 금융단의 경영부실을 막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결국 기아그룹회생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가를 객관적으로 또한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잣대로 보면 기아그룹과 정부는 미흡한 것이 적지않다.
기아그룹과 정부는 타개방식이 사뭇 다르다. 기아그룹은 김선홍 회장의 유임 등 현경영체제의 지속을 목적으로 화의방식의 타결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비해 정부는 김회장을 비롯한 현경영진이 자동적으로 퇴진하게 되는 법정관리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정작 기아그룹에 돈이 물려있는 채권금융단은 처음에는 기아그룹의 화의쪽으로 기울다가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의 반대로 법정관리쪽으로 선회했다. 기아그룹은 오는 10월6일까지 채권금융단의 요구에 따라 화의고수냐 법정관리냐 선택을 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기아그룹경영진은 화의선택을 계속 분명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노조가 법정관리의 경우 무기한 총파업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정부 뜻대로 풀릴 것 같지가 않다.
현재의 기아사태는 화의든 법정관리든 그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화의는 채권금융단이 추가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어 기아가 이를 선택하는 경우 과연 독자적으로 자력갱생할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된다. 기아가 1만7,000여개의 협력업체납품대금을 현찰로 지불해 주고 기존의 진성어음도 해결해 줘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하겠는가. 기아의 능력으로 봐 극히 회의적이다.
한편 법정관리의 경우도 문제는 크다. 금융권은 기존의 채무 약 10조원에 대한 이자수입의 상실에 막대한 대손충당금부담을 새로 안게 돼 경영부실화가 심각해지지 않을 수 없다. 종합금융사의 경우 상당수가 도산이 불가피하게 되고 은행들도 적자가 급증할 것이 확실하다. 또한 기아노조의 파업위협도 감안해야 한다. 파업은 파국을 가져 오므로 결코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법정관리의 경우 현실문제로 등장할 것도 분명하다.
화의와 법정관리가 모두 합리적인 타결안이 되지 않는다면 기아그룹과 정부는 서로 한발짝씩 물러나 타협점을 찾는 수 밖에 없다. 기아그룹측은 김선홍 회장의 퇴장과 노조의 인력감원동의서를 제출하는 대신 정부측은 기아의 자력갱생을 위해 충분한 지원책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아자동차를 기아그룹이 원하지 않는 제3자에게 인계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약속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원칙 위에서 신축성을 발휘한다면 타협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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