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증가율 10년만에 최고치·재고증가율도 급락/기아사태 영향 미미… 체감경기는 여전히 ‘엄동설한’통계청은 기아사태와 금융시장불안에도 불구, 지난 8월중에 수출이 전년동기보다 33.4%나 폭증한데 힘입어 국내 경기가 당초 전망대로 10월께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29일 전망했다. 이같은 수출증가율(물량기준)은 지난 88년 1월의 37.2%이후 약 10년만의 최고치다.
통계청은 또 8월중 재고증가율이 95년 5월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데다 평균 7·6개월뒤의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도 6개월째 청신호를 나타내고 있어 기아사태가 무기한 전면조업중단같은 극한 사태를 빚지 않는다면 9∼10월 저점통과가 거의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계청은 내수가 출하 판매 투자 등 전분야에서 여전히 부진한데다 수출도 물량은 폭증한 반면 단가는 계속 떨어지는 등 채산성이 나빠 일반 시민들과 중소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체감경기의 회복시기는 휠씬 늦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8월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중 산업생산은 반도체, 선박,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생산이 늘면서 작년 동월대비 8.6% 증가했다. 자동차 생산도 전달보다 8.9% 늘어 최소한 8월중에는 기아사태가 경제전반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통계청은 강조했다.
통계청은 그러나 『개별기업에 대한 자료공개는 곤란하다』며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의 8월중 조업일수가 각각 23일과 19일로 지난해 8월보다 2일과 4일씩 줄었다는 사실이외의 보다 구체적인 자료는 밝히지 않았다.
출하는 12.3% 증가,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출하증가율이 생산증가율을 상회했는데 수출용 출하 증가율은 원화절하와 국내업체들의 출혈수출에 힘입어 33.4%에 달했다. 그러나 이같은 수출증가율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경상금액에 바탕한 통관기준이 아니라 공장에서 수출용으로 출하된 제품을 물량기준으로 집계한 것이어서 실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최근 국내 수출품의 단가가 출혈수출 등으로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물량기준을 금액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증가율은 33.4%보다 낮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고 증가율은 지난 7월 9.9%로 한자리수로 떨어진데 이어 8월에는 5.8%를 기록, 지난 95년 5월(5.0%)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또한 올들어 계속 4%대 이하에서 머물던 도소매 판매가 5.6% 증가하고 내수용 소비재의 경우 휴대용 전화기, 승용차 등 소비가 크게 늘면서 10.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 극심한 소비위축에서 다소 벗어날 조짐을 보였다.
강병일 통계조사국장은 『그동안 생산된 제품이 출하―판매―자금유입―생산증가로 이어지지 못한채 상당수가 창고로 직행하던 생산―재고―자금압박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선순환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기선행지수는 8월중 전월에 비해 1.4% 증가, 지난 3월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또 현재의 경기국면이 상승세인지 하락세인지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4월이후 연속 하락하다 8월중 전달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이같은 통계에 대해 『거시지표상의 호전일뿐 실상과 큰 괴리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파업에 따른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와 금융기관의 경영위기 등 악재가 산적해있는데다 체감경기는 여전히 「엄동설한」이기 때문이다.
한편 실업률은 계절조정치가 2.3%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으나 이는 구직전선에 뛰어들었다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하는 바람에 경제활동참가인구의 증가세가 둔화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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