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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도박” 시작됐다/부도협약 종료… 기아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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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도박” 시작됐다/부도협약 종료… 기아 운명은

입력
1997.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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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다툼,2∼3개월 시간벌어/차판매 현금으로 최대한 버티기/정치상황에도 기대… 파란 예고29일로 부도유예협약 적용이 종료됨에 따라 기아그룹의 해체는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기아그룹은 아직도 화의에 의한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정부와 채권단의 법정관리방침이 워낙 확고해 현재로선 ▲기아가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 자발적으로 해체할 것인가 ▲아니면 채권단이 법정관리에 회부, 공중분해될 것인가 두가지 선택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기아와 김선홍 회장은 화의결정이 내려질 최소 2∼3개월간은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극적인 「막판뒤집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이후 기아그룹은 어떤 형태로든 파행영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법원의 재산보전처분결정을 받은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는 기존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부도유예기간 종료후에도 회사를 돌릴 수는 있다. 그러나 재산보전처분 단계에서 당좌거래를 유지하려면 법원과 채권단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거부하는 기아자동차에 당좌를 허용하거나 어음장을 교부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설령 기아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해도 휴지조각이 된 기아어음을 받고 납품해줄 협력사는 거의 없다. 법정관리 수용시점까지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할 리도 만무하다. 결국 기아는 현금결제로 버텨야 하는 셈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정기간 동안은 자동차판매수입금으로 그럭저럭 회사를 꾸려나가겠지만 과연 우리나라 거래풍토하에서 은행의 추가지원이나 당좌거래 없이 현금결제로 과연 버틸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나마 군소 계열사들은 30일부터 부도 및 당좌거래정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아의 전략은 화의여부가 판가름날 2∼3개월동안 전세역전을 위한 막판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다. 한편으론 화의관철을 위해 채권단을 최대한 설득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동차할인판매 등을 통해 채권단의 「돈줄죄기」공세를 버텨낼 정도의 결제자금을 최대한 확보할 것이다.

기아는 현 정치상황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듯하다. 화의결정을 최대한 지연, 연말 대선까지만 버틸 수 있다면 새로운 정치환경하에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의 입장은 다르다. 일단 법정관리를 최후통첩한 것은 더 이상 기아의 지연전술에 말리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물론 마땅한 수습책도 없고 노동계가 움직이는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면돌파를 시도할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기아의 「버티기강도」가 예상보다 클 경우 채권단이 직권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법정관리가 성사되는 시점부터 기아자동차를 포함한 계열사의 제3자매각은 빠르게 추진되고 기아그룹 해체작업 역시 가속화할 전망이다.

향후 2∼3개월 동안 채권단과 기아간엔 치열한 물밑싸움이 예상된다. 기아의 운명을 재단할 칼자루는 채권단이 쥐고 있지만 2∼3개월은 「이변」이 발생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란 점에서 기아사태는 또 한번의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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