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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 가지면 무소불위/로버트 할리<하일>(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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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 가지면 무소불위/로버트 할리<하일>(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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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 인생에 변화가 많이 있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국적을 바꾼 일이다. 한국 국적을 취득할 때는 기존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나도 한국인으로 귀화할 때 미국국적을 포기하는 것이 큰 고민이었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담당한 것 중에 미국 비자를 얻지 못한 분들을 도와준 사건이 많이 있었다. 『이젠 나도 이런 분들처럼 미국비자가 안나오면 어짜노? 부모님을 보러 가야되는데』라는 걱정을 억수로 많이 했다.그래도 큰 마음 먹고 자신을 가지며 국적을 바꾸기로 했다. 어느날 미국 대사관에 가서 여권을 반납하고 국적변경 사유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영사와 인터뷰할 차례를 기다리는데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영사 앞으로 가보니 영사가 『미국 국적을 왜 포기하려고 하냐? 이젠 우리가 비자를 안줄 수도 있다. 알겠냐?』며 건방지게 말했다.

나는 국적을 바꾸는 이유를 자신있게 말했다. 갑자기 내 말을 들은 영사가 놀라면서 『좋은 이유도 아니다. 미국 정부가 그런 이유를 안 받아 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는 『말도 안되지! 내가 여기와서 국적을 바꾸려고 하는데 자유의 나라인 미국이 나에게 국적을 바꿀 자유를 안준다는 말인가?』라며 항의를 했다. 영사는 나를 무시하였다. 그래도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자신있게 해 마음이 편했다.

며칠전에도 미 대사관에 갈 일이 있었다. 방문 비자를 얻기 위해서인데 면접하러 가기 전날부터 떨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대사관에 들어갔다. 면접하는 영사 2명이 있었는데 한쪽은 까다롭게 생긴 50대 여자였고 다른쪽은 친절해 보이는 30대 후반의 뚱뚱한 남자였다.

남자쪽을 선택한후 자신있게 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결국 영사가 간단하게 질문도 하고 나도 간단하게 대답하였다. 『부모를 만나러 갈거냐?』 『네』라고 대답한 다음 면접이 끝났다. 비자는 문제없이 나왔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염려하고 걱정도 하고 신경쓰는 일이 많다. 그런 일들을 당하면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자신」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번에 알았다. 자신을 가지면 된다는 것을….<국제변호사·미국출신 귀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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