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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아 산속 1주일 견뎌/아버지와 등산중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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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아 산속 1주일 견뎌/아버지와 등산중 실종

입력
199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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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계곡물 연명 “기적”/탈진상태서 발견【진해=이건우 기자】 아버지와 함께 등산길에 나섰다 실종됐던 10대 정신지체 장애인이 1주일만에 기적적으로 발견됐다.

27일 하오 6시께 경남 진해시 웅동 장복산(해발 654m) 아홉내골 해발 350여m 계곡에서 정신지체 장애인 진의은(14·경남 혜림학교 2년)군이 신음중인 것을 등산객 김성일(62)씨가 발견했다.

김씨는 『일행 5명과 시루봉에 올랐다가 하산하던중 계곡 바위 위에 벌거벗은 채 잠들어 있는 진군을 발견, 군부대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진군은 21일 상오 11시30분께 아버지 진홍태(46·진해경찰서 경화파출소근무) 경장 등 5명과 함께 진해시 덕산동 삼성아파트 뒤편 약수터를 거쳐 시루봉으로 오르던중 실종됐다.

경찰은 아홉내골이 코스가 험해 평소에도 등산객들이 잘 택하지 않는데다 멧돼지 늑대 등 산짐승이 자주 출몰, 정상인도 3, 4일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 진군이 1주일을 견디어 낸 것은 기적으로 보고 있다.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진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1주일동안 숲속에서 도토리를 주워서 까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계곡물로 목을 축여 연명했다고 한다』면서 『잠은 바위틈에 쪼그려 앉아 잤으며 날이 밝으면 바위에서 햇볕을 쬐였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전했다.

발견당시 탈진한 듯 진군은 2, 3일가량 내린 비로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 벌거벗은 채 바위에 누워있었고 모기에 물린 자국과 온몸에 긁힌 상처가 많이 나 있었다.

진군은 이날 병원에서 의식을 찾은 뒤 아버지에게 『시루봉에 먼저 도착해 기다려도 아버지가 따라오지 않아 다른 등산객들과 어울려 등산때와 반대방향인 아홉내골쪽으로 하산하다 길을 잃었다』고 손짓 발짓으로 말했다.

1백70㎝가량의 키에 체격이 좋은 편인 진군은 5년전부터 한달에 3, 4차례 아버지를 따라 장복산은 몰론 창원 정병산, 합천 황매산, 함안 여항산 등지에서 등산을 해왔다.

아들이 실종되자 전단 1천여장을 만들어 등산객과 시민들에게 배포하고 경찰군부대와 함께 수색작업을 벌여왔던 진씨는 『한때나마 주위로부터 장애인인 아들을 산에 내다버렸다는 오해를 받아 괴로웠으나 실종된 아들이 돌아와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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