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겼다. 우리는 이기고야 말았다. 1억3,000만 인구가 살고 있는 적지의 도쿄에서 우리의 전사들은 마침내 이기고야 말았다.삼국사기에도 나오듯 전통적으로 고구려의 정예군은 붉은 깃발을 든 기마병들이었다. 광개토대왕의 붉은 기마병들이 광활한 대륙을 정복하였듯이 우리의 붉은 전사들은 5분만에 일본의 축구를 무너뜨리고 정복하였다.
비약하지 말라고, 단순한 축구경기를 너무 그렇게 비약시키지 말라고? 아니다.
비약시킨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었다. 축구경기에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대화혼을 부르짖은 일본인들은 이번이야말로 한국의 장벽을 뛰어넘는 절호의 기회라고 스스로 외쳤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일본은 절대 한국의 축구를 이길 수 없다는 분명한 사실을. 일본인들끼리 모여서 벌이는 J리그를 도쿄에 갈 때마다 중계를 통해 나는 수십번이나 보았었다. 그때마다 나는 감탄하곤 했었다. 왜냐하면 그들끼리 벌이는 축구는 하나의 예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만화의 주인공들처럼 축구를 하고 있었다. 미우라를 보라. 로페스를 보라. 그들은 일본인이 아니라 브라질의 축구를 흉내내는 만화속의 주인공들이었다. 마치 이기고 지는 승패나 경기방식을 미리 짜고 벌이는 프로레슬링처럼. 일본인은 항상 자신들이 백인이라는 착각속에 살고 있다. 그들은 축구를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백인들이 벌이는 분데스리가를 모방의 천재답게 그대로 흉내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일본이 절대로 한국의 축구를 따라 잡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인 것이다. 한국의 축구는 뭐가뭔지 모르는 진흙탕과도 같다. 정교한 패스도 없고 아기자기한 전술도 없다. 수십년동안의 고질인 문전처리미숙도 여전하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과 맞부딪치면 그들의 TV쇼와 같은 축구는 임기응변없이 한마디로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축구는 컴퓨터속의 게임이 아니다. 살아있는 인간끼리 벌이는 생명의 경기인 것이다.
한국축구가 특히 일본에 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의 붉은 전사들은 생명의 축구를 하고 있었지만 일본의 푸른 가미가제(신풍)특공대들은 컴퓨터 게임속의 축구를 흉내내고 있었던 것이다.
돈만 있으면 엠파이어빌딩도 살 수 있다는 경제논리는 축구에 해당되지 않는다. 축구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을 저질러 수많은 국가들에 상처를 준 과거도, 우리들의 할머니를 성적도구로 삼았던 과거도, 녹색의 그라운드로 가리워질 수는 없는 것이다. 바로 그 그라운드 밑바닥 흙속에는 관동대지진때 죽어간 가엾은 조선인들의 유골이 묻혀있지 아니한가.
그렇다.
일본의 축구가 진정으로 한국의 축구를 이기고 싶다면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피노키오처럼 목각인형에서 생명의 심장을 가진 신인간으로 거듭나야한다.
아아. 우리는 또다시 이겼다. 우리의 붉은 기마병들은 일본 열도를 정복하고 말았다.
이 우레와 같은 함성 그대로 프랑스 월드컵으로 나아갈 때까지 그대여, 우리의 붉은 전사들이여, 계속 전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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