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비해 단순하고 게임시간 덜들어 2∼3년새 급속 확산앞으로 국내에서 이창호같은 천재바둑기사가 나오는 대신 딥블루와 대적할 체스챔피언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바둑 장기보다 체스를 훨씬 좋아하기 때문이다.
2∼3년전부터 초등학생들사이에 불기 시작한 체스붐으로 요즘 거의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체스를 즐기고 있는 것. 서양식 합리적 사고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에서도 체스를 권장하고 있다. 주어진 시간내에 6종류의 말을 규칙에 따라 움직이며 진행되는 체스는 논리력과 추상적 사고력을 길러준다고 외국에서는 영재교육의 수단으로 활용될 정도이다.
서울 가원, 위례, 서울교대부속초등학교 등은 아예 학교에서 특활시간에 체스를 가르치고 있다. 특별히 가르치지는 않지만 개인용 체스판과 말을 학교에 두고 쉬는 시간에 게임을 하도록 권하는 학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한국체스클럽(02―416―3480)이 매주 토요일 실시하는 체스교실은 40여명인 회원의 대부분이 초등학생이며 일산그랜드백화점, 동아문화센터의 체스반도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분당 헤네스문화센터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체스반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렇게 체스가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90년 당시 체스협회회원이던 이상범(한국체스클럽 대표)씨가 초등학생을 상대로 체스보급에 앞장서면서 부터. 이씨는 『체스는 어린이들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이 체계화 해 있기 때문에 보급이 빨랐다』고 설명한다. 수가 복잡한 바둑은 5∼6개월을 꾸준히 배워야 겨우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체스는 비교적 단순해서 한달만 배워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초등학생에게 인기를 얻게된 이유.
부모들의 권장도 한몫을 했다. 주부 김지희(33·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한 판에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바둑과 달리 체스는 20∼30분 정해진 시간안에 끝나기 때문에 공부시간을 덜 빼앗긴다』고 말하며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체스를 두다보면 평소에 못하던 이야기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들려준다. 이때문에 체스를 자녀교육기회로 활용하는 어머니들도 있다. 평소 자녀와 얼굴을 맞대고 하기 어려운 상담도 아이와 체스를 두면서는 쉽게 나온다는 것. 휴대하기 편하게 개발된 판이나 만화캐릭터를 이용한 말 등 어린이의 감각에 맞게 개발된 디자인도 한 몫한다. 여기에 체스를 배우면 어린이들이 장래 국제인으로 활동할 교양이 길러진다는 긍정적인 인식도 가세를 한다.
반면 전통놀이의 퇴색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놀이연구회 「놂」의 정인주(31·서울 중랑초등학교) 교사는 『햄버거 피자와 같이 체스도 어린이들에게 서양문화에의 편애를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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