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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사업 조직화 필요성/정무성 가톨릭대 교수(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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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사업 조직화 필요성/정무성 가톨릭대 교수(전문가 진단)

입력
199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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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성금접수 제각각 효율적 운용 어려워/공동모금제도 실시로 구호사업 체계 갖춰야몇해 전 미국의 뉴욕 타임스에 「고통은 증가하는데 연민은 줄어든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커다란 사진과 함께 실린 적이 있다. 사진의 장면은 추운 겨울 뉴욕 한복판의 호텔 앞 환기구 위에서 잠자고 있는 부랑인(Homeless)에게 호텔 지배인이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미국의 부랑인 문제는 이미 고질적인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들의 가장 큰 고통은 겨울 밤의 추위를 이겨내는 것인데, 공공건물 지하철 심지어 교회들까지도 밤에는 문을 꼭 닫아 잠그고 부랑인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주로 찾는 곳이 대형 건물이나 지하철의 환기구 위이다. 비록 먼지섞인 공기이지만 실내의 따뜻한 온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밤새 얼어 죽을 염려는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미국 국민들은 정부에 부랑인 복지정책의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위와 같은 장면의 사진이 우리나라 신문에 실렸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도 정부의 복지정책을 비판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그 부랑인에게 온정을 베풀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웃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고 직접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인정이 풍부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소년가장의 죽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하며 성금을 기탁하였다. 그에 비해 정부의 소년소녀가장 복지정책에 대한 비판은 별로 제기되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는 복지부문에 있어 민간의 비공식적인 원조체계가 상당히 발달해 있다.

사회복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이러한 태도는 정부의 복지정책을 소홀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정부가 여러 부분에서 가족이나 민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수준은 국력에 비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그만큼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사회라는 의미이다. 특히 가족해체가 증가함에 따라 빈곤층의 상당부분을 이루는 소년소녀가장, 노인 단독세대, 모자가정은 대부분 의존할만한 비공식 원조체계망을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복지는 우선적으로 정부의 복지책임을 강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의 민간부문 비공식적 원조체계를 해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제 우리 국민들의 온정을 베푸는 행위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언론에 보도된 이웃의 고통에 대해서는 온정이 몰리는 반면, 알려지지 않은 불행한 사람들은 철저히 외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도움을 베풀려 해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몰라 언론사로 성금이 보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 각종 복지관련 모금, 예를 들어 불우이웃돕기성금, 재해대상자를 위한 모금, 구세군의 자선남비 등은 대부분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동정에 호소하고 있다. 또한 그 관리나 운영도 체계적이지 못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언론사나 정부에 모아진 거액의 성금들이 원래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추궁이 없기 때문에 성금 사용에 대한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모금제도나 기부행위는 국민들의 선의를 왜곡할 소지를 상당히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서구 선진사회도 이미 오래전에 경험하였다. 100여년 전에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과 미국 등에서는 자선사업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민간이 중심이 된 자선조직협회(COS)를 결성하였다. COS는 빈민을 효율적으로 원조하기 위해서 지역사회내 수혜대상자의 명단을 만들고 구호의 중복이나 누락을 방지하기 위하여 자선단체들의 업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였다. 나아가서 효과적인 모금을 위해 공동모금제도를 실시하였다. 공동모금은 무분별한 자선사업의 난립을 막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민간모금단체를 등장시켜 사회복지 재원을 조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현재는 북미 유럽국가 뿐만아니라 일본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동모금법이 마련되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체계적인 공동모금활동은 사람들의 이타심를 발현시키고, 상부상조의 정신을 고양시킴으로써 사회연대를 강화하는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모금의 일원화를 통해 효율적인 기금관리와 배분이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지속적인 기부행위와 철저한 감독이 병행되어야만 공동모금제도의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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