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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우리아이는…”이 문제/청소년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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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우리아이는…”이 문제/청소년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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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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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만 81명 목숨 끊어/가족갈등·우울증 등 표면이유 함께 충동·극단적 사고가 주요원인/따뜻한 관심과 이해만이 유혹의 예방책청소년들은 왜 자살을 기도하는가.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근 잇달아 일어난 청소년자살때문에 부모와 교사들은 뒤늦게나마 청소년의 고민에 눈돌리게 됐다. 부모의 이혼 학교폭력 사채업자로부터의 빚독촉 등 원인은 다양하지만 이 사건들은 청소년들의 어두운 내면을 드러낸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청소년자살은 증가하는 추세. 지난해 전체 중·고교생의 자살건수는 86건. 반면 올해는 상반기에만 81명의 청소년이 목숨을 끊었다. 자살원인은 가족내 갈등이 42%로 가장 크며 성적문제와 우울증(각 11%), 신병 신체적 결함비관(10%), 이성관계(6.2%) 등의 순이었다.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표면적인 이유와 함께 청소년기의 특성인 충동성 극단적 사고를 자살의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정신과 전문의 김은혜(마음샘소아정신의원장)씨는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때 청소년들은 상황을 헤쳐나갈 방안을 강구하거나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해줄 정신적 지지를 찾는 대신 「나는 살 가치가 없다」 「자살함으로써 나를 괴롭혀 왔던 사람이나 상황에 복수하겠다」는 단순하고 과격한 충동에 굴복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미국 국립건강통계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15∼24세의 자살율이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바로 청소년들의 충동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 치밀하게 준비하고 유서를 남기는 성인의 자살과는 달리 청소년들은 우발적으로 자살을 기도하기 때문에 실제 자살율보다 자살미수율이 더 높은 편이기도 하다. 유명연예인의 자살이나 주변사람의 죽음에 영향받는 모방적 자살이 많은 것도 청소년자살의 한 특성. 정체성이나 가치관이 채 확립되기 전 주변의 죽음에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청소년정신건강연구소 진태원(정신과 전문의) 소장은 『자녀가 자살을 기도할때까지 부모가 거의 징후를 파악하지 못한다는데 이점이 청소년자살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설마 내아이가 자살을 생각할까」하는 부모의 안일한 생각도 자살을 예방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진씨는 『죽음에 대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생각한다든지, 자살에 관한 책을 읽거나, 최근에 죽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 벼랑에서 떨어지거나 높은 빌딩위에서 내려다 본 그림 등을 그리는 것이 자살의 징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진씨는 『자살의 큰 원인이 되는 우울증의 경우 무기력하고 게을러지는 전형적인 증상보다 짜증, 거짓말, 반항적 태도 등 가상적 우울증세가 청소년들에게는 많기 때문에 더 세심히 자녀를 지켜볼 것』을 조언한다.

청소년들을 자살의 유혹에서 이겨나가게 하는 것은 『단 한사람이라도 그를 이해하고 정신적으로 지지해 주는 사람과의 애착관계』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자녀가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할때 부모들은 「뭐가 부족해서…」 「노력도 안해보고…」 「내가 너를 위해서 얼마나 잘해줬는데…」 등 비난이나 실망이 섞인 반응을 보이지 말고 아이입장에서 주위상황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

청소년의 자살은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나 같은 또래의 다른 청소년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긴다. 처음으로 구체적인 죽음을 지켜 본 청소년들은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힐 수 있으며 가깝게 지냈던 친구라면 「죽음을 막지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고민할수도 있다. 김씨는 『자살이나 죽음에 대해 쉬쉬하기 보다 교사나 학생이 이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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