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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내에는 무슨 낙서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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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내에는 무슨 낙서가 있을까?

입력
199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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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강박관념 뒤섞인채 인생·고시·사랑 등을 20대 풋풋함으로 표현낙서에는 가식이 없다. 쓴 사람의 의식과 내면이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은 최근 학교 안의 낙서들을 통해 서울대생들의 자화상을 그려내 보였다. 「익명속의 서울대」라는 이 기획기사는 서울대생으로서의 꿈과 좌절, 자부심과 회의, 그 나이또래가 가질 법한 개인적 희노애락까지를 비교적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생들은 우선 낙서에서도 자기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성향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대인의 낙서는 좀 색다르다. 첫째 꽤나 날카로워서 둥글고 부드러운 구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강박관념, 피해의식이 엿보이는 묘한 자만심. 둘째, 남을 의식한다』(공대건물인 32동 1층 화장실)

낙서의 주무대는 역시 화장실이나 도서관과 강의실 책상, 개인용 컴퓨터(PC)통신의 익명게시판도 낙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소에 따라 주제가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화장실에서는 원초적이고 내밀한 내용들이, 도서관에서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합리화하는 글들이 많다. PC통신에서는 정치논쟁에 가까운 공방이 자주 이루어진다.

낙서 주제는 크게 4∼5가지. 자아와 인생, 대학과 고시, 성과 사랑, 학생운동과 현실비판 등이 대부분이다. 이 것들중 가장 많은 것은 자아와 인생, 실존 따위를 고뇌하는 낙서들이다.

『내 존재를 찾고 싶다. 더 이상 끌려다니기는 싫다. 이제 진정한 삶을 살고 싶다』(사회대 화장실) 『이곳에 갇혀 사는 나는 진정한 지식인인가?』(중앙도서관 화장실) 『인생이란 살기에는 고달프고 뭔가 이룩하기에는 짧다』(학생회관 화장실)

서울대에 대한 자긍심과 부끄러움이 혼재하는 낙서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서울대학교를 최고의 대학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썩게 만드는 것도 또한 서울대 출신이 아닌가?』 『비정상적인 교육체계에서 가장 비정상적으로 적응을 한 우리 서울대생』(이상 중앙도서관 책상)

도서관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고시준비에 몰두해 있지만 고시에 대한 낙서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

젊은 날을 가장 아프게 앓게하는 것은 역시 성과 사랑에 관한 문제이다. 『순수한 사랑의 존재를 묻기 전에 네가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을 만큼 순수한지 자문하라』(도서관 책상) 『진정한 순결은 육체적 순결이라기보다는 서로간의 신뢰입니다』(자연대 화장실) 자신의 성적 경험을 화끈하게 털어놓는 「본래」의 화장실 낙서들도 있긴 하지만 극히 일부다.

정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적극적인 현실참여를 호소하는 정치성 낙서가 많은 것은 서울대 낙서문화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그러나 최근에는 그 양도 줄어들뿐 아니라 한총련을 비롯한 학생운동을 비판하는 「용감한」 내용까지도 드물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한총련의 실천방법은 너무 독선적이다. 실천은 필요하지만 방법은 다양성을 내포해야 한다』(학생회관 화장실) 20대 대학생의 낙서가 그러하듯 서울대생들의 낙서에도 깊은 철학적 내용이나 해박한 지식은 보이지 않는다. 낙서가 시간·공간적 제약을 지니고 있는데다 가벼움이 그 특징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대생들의 낙서에는 숨기지도, 완성되지도 않은 「미숙함의 사유」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윤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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