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서 방범순찰대소속 의경 5명이 노름꾼 4명을 단속하다가 거꾸로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아무리 의경이라 해도 단속대상으로부터 매를 맞다니 기가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일이긴 하지만 전남 영광읍내 파출소에서 대낮에 조직폭력배들끼리 2시간 가량 대치하는 난동을 벌였는데도 경찰은 조직폭력배를 그냥 놓아 주는 해괴한 사건까지 있었다.경찰이 힘없고 맥이 빠져 무기력해진 실상을 드러낸 사건이 어디 이뿐이던가. 지난 7일 울산에서는 형사반장이 새벽귀가길에 노상에서 수상한 10대 2명을 검문하다가 이들이 휘두른 흉기에 가슴을 찔려 중상을 입었고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서울 약수파출소에서는 당직경찰관이 취객이 휘두른 손도끼에 찍혀 중상을 입은 변고까지 있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잠실1파출소에서 혼자 야간근무를 하던 경찰관이 괴한에게 피습을 당해 사망하고 권총 1정과 실탄 3발을 탈취당했으나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일선경찰이 폭력배에게 마구 얻어맞고 파출소까지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경찰 수뇌부는 이에 대한 아무런 대응도 없으니 어찌된 일인가. 공권력의 최일선인 경찰이 제몸 보호도 제대로 못하리만큼 무기력하고 무방비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면 민생치안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실로 충격과 우려를 금키 어렵다.
운동권학생들에게 돌팔매를 맞고 화염병세례를 받아 경찰관이 다치고 파출소가 불타는 등 유린의 대상이 됐던 것은 학생운동이 한참이었던 지난날 민주화과정의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민주화와 독재타도라는 대의에 모두가 그대로 넘겨졌던 일이다. 그 자체가 불법이 아니었던 것은 아니다.
이러한 풍조가 문민시대에도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러함에도 범죄조직이나 하찮은 불량배들까지 경찰을 얕잡아보고 유린의 대상으로 삼기에 이르렀다면 이게 어찌 보통 일인가. 철저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범죄꾼들은 잔인해지고 흉포화할 뿐 아니라 범죄수법과 기동성은 악랄해지고 기동화하고 있다. 경찰은 걸어가는데 비해 범죄는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경찰이 매를 맞고 파출소가 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 경찰이 더 이상 힘없는 신세, 얻어 맞는 불명예를 면하려면 해이된 기강을 바로 세우는 문제뿐 아니라 검문검색이나 범죄용의자를 다루는 근무자세부터가 새로워져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가는 범죄에 대응하자면 제몸도 못 지킬 정도로 무방비하고 무신경한 근무자세로는 백번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찰이 거꾸로 매를 맞는 이번 사건이 일선경찰의 자체경비와 보호를 한차원 높여 경찰관의 피해를 막고 파출소 보호대책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경찰수뇌부와 정책당국은 경찰의 「제자리찾기」대책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