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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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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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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주와 전남 지역 교육청직원들은 중·고교에서 걸려오는 난처한 문의전화에 대답이 궁해 쩔쩔 맨다고 한다. 문의 내용은 여학생들의 임신경험 유무, 보건증 소지자 수 등을 조사해 보고하라는데 어떤 방법으로 조사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성폭행당해 임신해 본 경험이 있느냐, 몰래 출산한 사생아가 있느냐, 남학생과 혼숙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어보기란 정말 민망한 일일 것이다. 더구나 보건증을 갖고 있느냐고 묻는 것은 학생을 접대부처럼 취급하라는 말이나 같다. 교사들로서는 교육청이 왜 이런 것을 조사하라는지 야속하기만 하다. ◆일선 교육청들은 국회 교육위 소속 모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중·고교생 유흥업소 취업실태를 파악한다는 이유로 광주와 전남교육청에 구체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일선학교에 실태조사를 지시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 국회의원에 그 교육청이다. 할수없이 일부 교사들은 조사도 하지 않고 해당사항 없다고 보고한다고 한다. ◆한 여고 교사는 자료를 요구한 국회의원이 교사라면 한참 민감한 사춘기 여학생에게 임신경험을 물어볼 수 있겠느냐고 분개했다. 학생들의 인격은 짓밟혀도 알 바 없으니 어떻게든 자료를 제출하라는 국회의원의 의식수준이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자료를 요구한 사람이 무엇에 필요해 그 자료를 요구했는지는 알 수 있다. 성폭행이나 중고생 임신 등이 사회문제가 된지도 오래다. 그러나 문제의 접근에는 걸맞은 절차나 방법이 수반돼야 한다. 이것이 무시되면 바로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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