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욕망과 성스러운 모성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갖는 옷- 브래지어. 1889년 브래지어를 탄생시킨 프랑스인 에르미니 카돌에게는 「코르셋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켜준 기수」였고 1968년 미국의 여성해방론자 로빈 모건에게는 「여성을 상품화하는 첨병」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패션아티스트들에게는?섬커뮤니케이션 주최로 10월1∼31일 서울 막스 앤 스펜서 명동빌딩 5층에서 열리는 「브라하우스 컬렉션」전시회가 그 다양한 답변들을 들려준다.
이탈리아 전시기획자인 사무엘 마차가 수집한 198점의 전시품들은 브래지어가 불러일으키는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엿보게 한다. 장 폴 고티에, 이브 생 로랑, 비비엔 웨스트우드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비롯해 패션아티스트들이 이 속옷에 갖고 있는 환상과 개념은 다양하다. 욕망의 대상이면서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며 중세의 무기이면서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이고 달콤한 과일바구니이면서 음흉한 손길이기도 하다. 소재를 다루는 방법도 기발하다. 고무장갑이 절묘한 브래지어로 둔갑하고 수도꼭지와 가시철조망이 동원된다. 텔레비젼 전화 수저 장미꽃 총탄 지구의 등 도저히 어울릴 것같지않은 물건들이 브래지어의 원재료로 등장한다.
전시작품들은 예술성을 갖고있느냐 아니냐에 대한 고민을 요구하지않는다. 그저 보고 웃고 즐길 것, 그리고 한번쯤 브래지어에 가해지는 은밀한 혹은 노골적인 시선들의 의미를 음미해보자는 것이 이 전시회의 목표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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