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외화예금·외환스왑 등 40억∼50억불 추정/당국 “환율급등 주범… 엄단” 업계 “정책실패 전가”「달러사재기」를 통한 기업들의 「환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외환당국은 기업들의 환투기를 최근 환율급등의 주범으로 지목, 강경대응입장을 밝히고 있는 반면 업계는 외환시장불안의 정책적 책임을 당국이 기업들에 전가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거주자외화예금 추정잔액은 현재 35억∼40억달러선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자외화예금이란 기업들의 여유달러 예치처로 기업들이 달러를 시장에 풀어놓지 않고 외화예금에 쌓아 둘수록 시중엔 달러부족이 생겨 그만큼 환율은 오르게 된다. 거주자외화예금은 따라서 달러사재기 정도를 가늠케하는 지표이며 그 잔액과 환율은 정비례 관계가 성립한다.
6월말만해도 거주자외화예금은 20억달러 정도였으나 기아사태이후 7월말 28억달러, 8월말엔 33억달러로 늘어났다. 한 외환딜러는 『해외차입여건 악화속에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불안심리가 팽배해지면서 대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시장에 풀지않고 그대로 외화예금에 넣고 있다』며 『또 최대한 달러를 사달라는 주문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정상적 결제(실수요)자금은 이미 충분히 확보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이 달러당 900원대 이하일 때부터 사재기는 시작됐고 일부 기업들은 연말자금까지 비축한 것으로 안다』며 『거주자외화예금 적정선은 약 20억달러로 그 초과분은 분명한 가수요』라고 말했다.
현재 기업들은 35억달러 이상의 달러를 거주자외화예금에 예치한 것외에 5억∼10억달러의 여유자금을 「외환스왑」 등 형태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환스왑이란 기업이 차입난을 겪는 금융기관에 여유 달러현물을 팔고 대신 선물을 사는 거래로 이는 현재 금융기관엔 달러가 부족하고 기업엔 남아돌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일부는 여유달러를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굴리거나 해외로 송금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외환당국은 대기업들의 이같은 달러매집을 환율상승을 부추기는 「환투기」로 규정, 강한 우려감속에 제재방침을 밝히고 있다. 달러사재기가 당장은 환차익을 가져올수도 있지만 결국은 환율상승을 부추겨 대외부채에 대해선 커다란 환차손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24일 『국민경제안정을 저해하는 투기적 사재기를 여러 경로를 통해 조사하고 있다』며 『직접적 규제수단은 없지만 달러거래과정에서 규정준수여부를 엄격히 파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런 당국의 인식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모종합상사 외환관계자는 『수십억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으로선 환율이 1원만 올라도 엄청난 환차손이 발생한다』며 『환차손 방지(헤지)를 위해 달러를 매입하는 것이 환투기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문제의 원인은 기아사태 장기화와 대외신인도 저하 및 당국의 일관성없는 환율정책』이라며 『기업의 정상적 외환포트폴리오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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