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을 해본 사람은 대부분 느낀 일이겠지만 외국에 오래 머무르다보면 김치못지않게 자장면 생각이 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중국음식점이 없는 곳이 없지만 자장면을 파는 곳은 찾기 힘들다. 유일하게 한국사람이 하는 중국음식점이나 아니면 한국식당에 가야만 자장면을 먹을 수 있다. 중국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자장면을 소개했겠지만 이제 자장면은 사실상 한국음식의 하나가 돼버렸다.워싱턴 근교에도 한국사람을 상대로 자장면을 파는 음식점이 몇개 있다.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는 옛날 방식대로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해서 국수가락을 뽑는 수타자장면을 파는 집이 있다. 아예 수타국수를 만드는 장면을 손님들이 볼수 있게끔 유리로 진열대를 만들어 놓았다. 그안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고 또 공중에서 흔들어대는 장면을 보고있자면 그야말로 묘기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어서 그런지 주로 한국인인 손님들도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런데 이 집에서 수타국수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은 한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히스패닉이다. 처음 기술을 가르친 사람은 물론 한국인 주방장이었겠지만 이제는 모두 남미에서 이민온 히스패닉들이 국수를 만들고 있다. 이 음식점에 취직하기 전까지는 자장면이라는 음식이 있는지조차도 몰랐을터이지만 서울의 어떤 중국음식점에 내놔도 손색없을만큼 이들의 솜씨는 빼어나다.
이제 미국에서는 영어 다음으로 스페인어가 가장 많이 쓰인다고 할 정도로 히스패닉 인구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별다른 전문기술이 없는 이들은 허드렛 일을 해서 생계를 잇고 있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세차장, 슈퍼마켓, 음식점, 자동차 정비공장 등에 가면 궂은 일은 대개 히스패닉들이 하고 있다. 그래서 장사를 하는 한국사람들은 스페인어 몇마디씩은 다 할 정도로 한국인과 히스패닉은 밀접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앞으로 몇년이 더 지나면 히스패닉이 경영하는 중국음식점에서 자장면을 먹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워싱턴>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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