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지원 추진하는 사안마다 제동”/민주계 이탈 방관도 ‘딴뜻’ 의구심 더해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이회창 신한국당대표진영의 노골적인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대표에 대한 김대통령의 지원의지에 도대체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측이 보인 지원태도는 『이대표 외에 대안없다』는 김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극히 「형식적」 수준에 그쳤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고 측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기류는 최근 정강정책개정 및 보수대연합 문제를 둘러싼 여권내 혼선과 심상치않은 민주계 일각의 이탈움직임 등과 맞물리면서 부쩍 증폭되는 형국이다.
표면적으로는 이대표측이 추진하는 사안마다 시비를 걸고나서는 청와대 참모진의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강정책 개정문제만 해도 청와대측은 절차상의 하자와 반론을 공공연히 제기함으로써 이대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비록 이대표측이 사전조율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는 해도 이대표 「대통령만들기」에 나섰다는 청와대의 자세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대표의 기아사태 개입에 대한 「제동」과 두 전직대통령 사면건의 묵살도 마찬가지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청와대가 말로는 이대표에게 힘을 몰아주겠다고 하지만 실제 권력의 중심은 여전히 청와대에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과거 대선에서는 늘 있었던 후보에 대한 유형·무형의 지원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있다는 게 이대표측의 얘기다. 92년 14대 대선에서 민자당선대위에 참여했던 한 중진의원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후보도 불협화를 노출했지만 정작 물밑의 협력관계는 지금처럼 냉랭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 의원은 『김대통령이 여권의 결속과 이대표의 지지기반 마련을 위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방기하고 있는 것같다』고 지적했다.
당내적으로는 민주계에 대한 김대통령의 「미온적」 대처에도 이대표측은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않고 있다.
자연 이대표측의 시선은 그 배경에 쏠릴 수 밖에 없다. 당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태도가 이대표의 부진한 지지도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대통령이 혹시 「다른 방법」을 통한 정권재창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이대표측은 민주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심을 잃은 현정권과는 차별화가 불가피한 이상 이른 시일내에 상호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오히려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극단적 발언이 이대표 주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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