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 건설 “부실복마전”/관급공사 설계·감리담합 충격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 건설 “부실복마전”/관급공사 설계·감리담합 충격파

입력
1997.09.24 00:00
0 0

◎업체끼리 들러리 서준뒤 사례금/관련공무원 무차별적 로비 매수/국민 호주머니서 6백억 빼내가/설계비리 감리비리 공사비리… 국민은 뭘 믿나23일 검찰이 발표한 대형 국책공사 설계·감리비리 수사결과는 담합과 상납구조에 길들여진 국내 설계·감리업계의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그동안 숱한 대형사고와 96년 대대적인 대형국책공사 담합비리수사에도 불구하고 부실의 근본원인이 그대로 온존돼 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검찰은 댐·교각·고속도로·지하철·터널·상수도 사업·택지개발 등 주요 대형토목공사가 설계단계서부터 사실상 모두 담합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담합실태

설계·감리업계의 담합실태는 복마전을 방불케 한다. 연고권을 갖고 있거나 정책적으로 반드시 용역을 따내야 할 업체는 입찰참가 예상업체들에 거액의 사례비를 주는 조건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낙찰가의 통상 20∼5%를 받은 다른 업체들은 밀어주기로 한 업체의 응찰가격을 확인한뒤 그보다 높은 가격을 적어냄으로써 「자진탈락」했다.

경인운하 시설사업 실시설계 용역의 경우 낙찰가는 예정가의 98%수준인 97억원. 용역을 따낸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등 4개사는 탈락한 2개 업체에 무려 13억원의 담합사례비를 지급했다.

탈락업체는 설계도면 한장 그리지 않고도 업체당 6억5천만원을 챙긴 셈이다. 담합사례금은 상대업체에 하도급을 준 것처럼 「외주용역계약」이나 「인력지원협정계약」을 체결, 정상비용인 것처럼 위장했다.

담합을 자주하는 상위권 업체들은 3∼6개월, 혹은 1년단위로 서로에게 지급해야 할 담합사례금을 정산하기까지 했다.

◆상납구조

업계의 담합비리는 발주처와 감독관청 공무원 등을 상대로 한 무차별적인 금품로비로 이어졌다. 입찰자격을 최종심사하는 기술제안서 평가 등 각종 단계에서 행정편의 대가로 담당 공무원에게 수백만∼수천만원을 지급했다.

춘천시 공영개발사업소 직원 임호(33)씨는 「수도권 1일 스포츠타운」 설계 용역과 관련해 4천만원을 받고 동명기술공단의 기술제안서를 높게 평가해 21억원에 공사를 낙찰받도록 해주었다.

검찰은 일부 자치단체장과 주요도시 토목책임자까지 뇌물을 받은 혐의를 포착,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담합공사

검찰이 수사대상으로 삼은 것은 95년이후의 주요 국책토목공사. 이중 담합이 확인된 공사들은 경인운하시설사업 실시설계(낙찰가 97억원), 시화지구 기본설계(39억원), 인천시 수도정비 기본계획(40억원), 부산시 수도정비기본계획(42억원), 수도권 신국제공항전용철도 설계(25억원), 경기북부권 광역상수도 실시설계용역(21억원), 아산항2단계개발사업 실시설계용역(20억원) 등으로 대형 국책토목공사가 거의 망라돼있다.

또 입찰방해죄 공소시효 3년이 지나 수사대상에서 제외됐으나 경부고속철사업도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이 설계를 했다.

◆담합입찰폐해

검찰은 공정경쟁을 할 경우 8∼10% 가량 낙찰가를 낮출 수 있어 이번 수사대상 용역에서만도 담합으로 6백억원의 국고손실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또 업체들이 담합에만 전력을 기울이게 됨으로써 기술제안서는 요식행위에 불과, 필연적으로 부실공사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관계자는 『부실공사의 40% 가량이 부실한 설계·감리가 원인이 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같은 풍토로 업체들이 기술개발에 소홀, 고급기술은 선진국의 30∼60%에 불과할 정도로 기술경쟁력이 낙후해 지난해만 무려 1억2천4백만달러어치의 기술도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적발업체

▲도화종합기술공사 ▲삼안건설기술공사 ▲동명기술공단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유신코퍼레이션 (이상 업체대표 구속기소) ▲건화엔지니어링 ▲동일기술공사 ▲우대기술단 ▲금호엔지니어링 ▲두산엔지니어링 ▲(주)해강 ▲제일엔지니어링 ▲만영엔지니어링 ▲선진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주)용마 ▲동부엔지니어링 ▲남원건설엔지니어링 ▲서영기술단 ▲신성엔지니어링 ▲대한컨설턴트 ▲대우엔지니어링 ▲다산컨설턴트 ▲천일기술단 ▲남광엔지니어링 ▲건익기술연구단(이상 업체 간부 등 불구속입건)<이태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