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태업 통제못해” 회사측 연기주장과 3년 유예기간 불구 당국 준비부족9월1일 시행에 들어 간 「택시 운송수익금 전액관리제」가 벌써부터 비틀거리고 있다. 『법대로 하자』는 노조측 주장과 『실시를 연기해야 한다』는 회사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어 조기 정착 전망이 어둡다.
운수사업법 24조와 33조에 근거한 이 제도는 택시기사들의 오랜 숙원인 완전 월급제의 첫걸음. 운전기사는 수익금 전부를 회사에 입금해야 하고 회사도 전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납금제가 자동으로 폐지되고 기본급과 수당의 형태야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어쨌든 완전월급제 비슷한 형태를 띠게 된다.
장기적으로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완전월급제로 가야 한다는 원칙에는 업주들도 동의한다. 다만 경영난이 심각하고 요금수준이 낮은 데다 운전기사들의 성실성을 믿을 수 없어 당장 시행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업주들의 주장이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의 한 관계자. 『일단 운전기사가 택시를 몰고 나가면 통제할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운전기사들이 일을 태만히 해 회사에 들여 놓는 돈이 현재의 사납금 수준에 못미치면 어떡합니까. 돈을 많이 들여 놓는 사람과 적게 들여 놓는 사람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요. 수익금 납부 방식이나 급여형태는 기업의 경영문제이지 법률로 강제할 내용이 아니잖아요. 차라리 벌금을 감수하는 게 낫다는 사업주도 많은 실정입니다』
그러나 노조측은 이런 얘기가 사납금제 폐지와 완전월급제 시행을 회피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김성재 기획정책실장. 『연맹 산하 300개 단위노조의 수익금 납부 실태를 조사해 보니 1일 운송수익금 납입액이 사납금보다 평균 35% 많았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경영만 합리화하면 완전 월급제를 실시하기에 충분한 재원입니다. 「불성실 근로」 운운도 억지죠. 엄청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노동자들을 탓하기에 앞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영혁신에 힘을 쏟는 게 경영주의 도리입니다』
법으로 정한 제도가 시행되지 못하는 불법상태의 지속은 일차적으로 행정 당국의 책임으로 지적된다. 노사간의 갈등이 뻔히 눈에 보이는데도 94년 입법후 3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아무런 정책 보완이나 사전 조정을 행하지 않았다. 제도시행에 필수적인 운행기록장치 등에 대한 점검도 전무했고, 새로운 수입계산법이나 급여체계 등의 지침을 내놓지 못해 제도를 시행할 의지가 있는 업체조차도 노사협상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준비부족 때문에 「명백한 불법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급여체계는 노사가 정할 것이어서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투다. 전액관리제를 만들어 놓은 것만으로 할일을 다 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납금제 폐지 및 완전월급제 이행이 택시개혁의 요체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사갈등과 「법의 표류」도 문제지만 시민의 불편이 가장 큰 문제라는 기본인식부터 갖춰야지요』<황동일 기자>황동일>
◎광주 중앙콜택시/친절만이 살길이다/기사실명제·서비스위탁교육 등 실시/노조서 경영맡은후 2년만에 흑자
택시얘기만 나오면 으레 『현행 요금으로는 친절과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친절과 서비스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택시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외국의 일일 뿐이라는 체념도 들린다.
그러나 현행 요금으로도 잘만 하면 흑자경영이 가능하며 승객이 운전기사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풍토에서도 친절과 서비스가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있다. 광주 중앙 콜택시(조합장 강성렬)는 친절과 서비스를 무기로 종업원 자주경영 실험에 성공하고 택시문화 개선의 전망을 밝게 한 업체. 노조경영체제인 이 회사는 조합원 108명이 중형택시 54대를 끄는 작은 규모다.
92년 9월 노조가 경영권을 넘겨받으면서 「고객 우선의 친절과 서비스」를 구호로 내 걸었다. 업계의 전반적인 경영난과 노사갈등으로 회사가 흔들리자 보험료 등을 운전기사 월급에서 부담하는 조건으로 경영권을 넘겨 받았다.
노조는 친절 외에는 살길이 없다는 생각으로 친절운동을 시작했다. 기사들에게 깨끗한 복장을 갖추게 하고 「승객에게 인사하기」 등 실천목표를 하나 하나 높여 나갔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친절과 서비스가 밥 먹여 주느냐』고 일부 조합원들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데다 타업체도 『모두 힘든데 왜 경쟁을 유발하느냐』고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럴수록 「친절운전자상」을 만들어 매달 시상하고 택시기사 실명제를 실시하는 등 친절캠페인을 강화했다. 광주지역 백화점과 「친절·서비스 교육에 대한 기본협약」까지 맺고 다달이 위탁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장애인을 승하차시키는 법」을 교육하기도 했다. 이런 운동의 효과는 2년여만에 눈앞에 나타났다. 운전기사들은 새로운 택시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친절운전은 자연스럽게 안전운행으로 이어져 산재보험료율도 뚝 떨어졌다. 업계 최초로 「운송 수익금 전액관리제」를 실시, 흑자 경영을 이루고 콜택시로 전환했다. 『친절하다』는 소문이 퍼져 현재는 호출이 하루 평균 400여건에 달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 그래서 택시 서비스 개선에 뜻을 같이하는 개인택시 50여대와 제휴해 「회원제」로 운영할 계획이다.<광주=안경호 기자>광주=안경호>
◎택시기사 자질 높일 수 없나/필기시험 난이도 낮고 연수 20시간 불과/‘단기간 목돈’ 노리는 일부기사가 문제
운전기사의 자질이 택시문제의 한 요인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난폭 운전이 몸에 밴 기사, 손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라디오 볼륨을 한껏 높인 채 노래를 따라부르는 기사, 젊은 여자 손님만 타면 추근거리는 기사…. 이런 운전기사가 모는 택시를 타면 누구나 짜증이 나고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1종 운전면허가 있으면 필기시험과 연수교육만 거치면 누구나 택시기사가 될 수 있다. 회사 주차장에서 잠자고 있는 택시가 많아 회사가 사람을 걸러 주지도 않는다. 친절한 성품을 갖춘 사람인지, 반복되는 교통체증을 참아 내며 신경질을 억누를 수 있는 사람인지 등을 가릴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필기시험 난이도가 너무 낮아 선별 기능이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연수교육 또한 20시간이 고작이다. 그 시간에 우리나라 교통체계의 기본 원리로부터 사고처리 및 보험문제, 안전운행 법규, 교통 지리, 외국어 회화 등을 모두 이수해야 한다. 소양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매년 8시간의 보수교육(재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이 또한 사업장별로 자율적으로 할 수 있어 내용이 부실하고 아예 생략하는 사업장도 있다.
운전기사 연수교육을 맡고 있는 교통연수원의 김일환 교학과장은 『택시업계가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어 자격증 취득 요건을 대폭 강화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택시운전 자체가 이른바 3D업종으로 인식돼 있는 데다 운휴율이 20∼30%에 이르는 상황에서 자격요건을 강화하면 업계의 인력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도 필기시험의 난이도를 상향조정할 방침이지만 소양교육 강화에 대해서는 인력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시한다.
그러나 문턱이 낮아야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은 어딘지 궁색해 보인다. 매년 2만여명의 신규 자격증 소지자가 배출되지만 그만큼 이직자가 발생, 운휴율에는 거의 변동이 없는 실정이다. 문턱이 낮아 온갖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아르바이트나 임시직으로 택시운전을 하려는 사람들도 상당수 섞여 들어 택시 인력 시장을 교란하고 서비스를 떨어 뜨린다.
전국택시노련 서울시지부 이문범 기획부장.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30% 정도는 뜨내기 운전기사들입니다. 일하기에 따라 단기간에 목돈을 쥘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장시간 난폭운전을 일삼고, 웬만큼 돈이 모이면 떠나 버리지요. 직업의식이나 소속감이 희박해 질 수 밖에 없어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 집니다. 택시핸들을 잡으려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2∼3년의 준비기간을 거쳐야 하는 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운전기사 선발 요건을 대폭 강화해야 하는 이유지요』<황동일 기자>황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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