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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바꾼다고 잘하나/이계성 주간한국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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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바꾼다고 잘하나/이계성 주간한국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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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봇물이 터진 것같다. 프랑스식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전반 대통령제 후반 내각제, 책임 총리제…. 어지러울 정도로 권력구조 변경에 관한 정치권의 논의가 신문 지면을 연일 장식하고 있다.이런 현상은 대통령 1인에 권력이 집중되는 체제로는 다원화하고 볼륨이 커진 나라를 효율적으로 이끌기 힘들어졌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권력구조개편론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정치인들이 순전히 당선만을 의식해서 정치세력간 합종연횡의 고리로 권력구조문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는 탓이다.

전제군주시대 제왕 이상의 권력을 휘두르는 현행 대통령중심제에 문제가 많다는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권력구조변경을 말하는 정치인들에게서 현행 대통령제 이상으로 국정을 더 잘 이끌어갈 수 있다는 비전을 찾아보기 힘들다.

내각제 등 대통령 1인 통치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권력구조는 대화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고도의 정치력을 요구한다. 그러한 정치력이 발휘되지 않을 때는 대통령 1인 통치하에서 보다 훨씬 심각한 혼란과 비효율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정치사의 경험이다. 지금 권력구조 변경을 주장하는 후보들은 자신들에게 합의로 국정을 이끌어갈 정치력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추석후 각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들이 대통령 1인에 집중된 권력의 분산을 바라지만 내각제로의 개헌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권력분산에 대한 찬반을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8%가 권력분산에 찬성을 표시했고 반대는 21.5%였다.

그러나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제 선호도를 묻는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중심제 선호도가 56.7%로 내각제(37%)보다 훨씬 높았다. 또다른 여론조사는 대통령제 선호 49.4%, 내각제 선호 35.9%였다. 이는 정치인들이 내각제하에서 국정을 잘 이끌어 갈 수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주지 못하고있다는 뜻이다.

국정은 연습과 실험의 장이 아니다. 우리의 위기상황은 정치적 실험을 거칠 여유를 용납하지도 않는다. 권력구조 변경을 주장하는 후보들이 분명한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 한 국민들은 그들을 표로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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