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세 잠든 하와이 한인묘역/돌보는 손길없이 잡초속 황폐화【하와이 지사=이강규 기자】 일제하 조국광복에 헌신했던 무명의 독립지사들이 황폐화한 이역의 묘지에 묻혀 쓸쓸히 잊혀져가고 있다.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알라이공동묘지 한인묘역과 인근 마우이섬 한인공동묘지에 잠들어있는 1백80여 하와이 초기이민자들이 그들이다.
1903년 하와이에 첫발을 디뎠던 이민 1세대들은 사탕수수 농장주들의 채찍을 맞아가며 피땀흘려 번 돈을 조국의 독립운동자금으로 댔다. 이들이 처음 받은 임금은 입에 풀칠조차 힘든 일당 17센트였고 이후에도 고작 1달러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교민들이 1945년 광복까지 해외독립운동단체와 상해임시정부에 제공한 자금은 무려 3백만달러. 현재 가치로 따지자면 최소한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돈이었다. 결국 이들은 노예와 같은 노동의 대가 대부분을 조국광복에 바친 진정한 의미의 독립지사들이었다.
그러나 하와이 초기이민자들의 이같은 숭고한 뜻과 업적은 그들 사후에도 철저히 외면돼 왔다.
빅아일랜드 동해안의 관광도시 힐로에서 북동쪽으로 3.2㎞ 떨어진 알라이공동묘지 한인묘역은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폐허가 된채 버려져 있다. 봉분은 거의 사라지고 여기저기 뽑혀진 비석들이 나뒹굴고 있다. 이곳의 한인묘지 1백38기중 17기는 아예 비석조차 없어졌고 나머지도 풍상에 씻겨 비명조차 알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거대한 위령탑까지 갖춘 일본인 묘역과 꽃으로 잘 단장된 중국인 묘역에 둘러싸여 있어 그 상대적인 황량함과 초라함이 차마 낯을 들 수 없게 한다.
마우이섬의 한인공동묘지도 마찬가지. 7백80여평 남짓한 잡초밭에 26기의 봉분 곳곳이 파여있으며 나무십자가묘비도 대부분 썩어 흩어져있다.
묘역이 이처럼 황폐화한 것은 연고자가 없기 때문. 초기이민자 대부분이 독신이었던데다 사진결혼 등으로 운좋게 가정을 꾸린 사람들도 현지의 사탕수수농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모두 떠났다. 현재 이들 섬에 거주하는 5백여명의 교민들은 나중에 새로 이민온 사람들이다.
이병용(49) 하와이 한인회장은 『알라이공동묘지 한인묘역의 묘지중 당장 보수가 시급한 66기를 손보는데만도 5만달러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빠듯한 살림살이를 꾸려가야하는 이곳 한인회의 처지로서는 속수무책』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회장은 『묘역 개보수작업은 선조들이 모진 생활속에서도 지켜냈던 불굴의 독립의지를 후손들에게 전하는 뜻깊은 일』이라며 『우리정부나 민간단체가 하와이이민 1백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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