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공연은 새 영감/그러나 한국연극은 아니다”『한국의 공연은 유럽의 새로운 영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연극으론 아니다』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인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의 베르나르 페브르 다르시에 집행위원장은 한국의 공연예술에 대해 이렇게 기대했다. 그는 98년 축제에 처음 초청되는 한국의 공연예술작품을 살피기 위해 13일 내한했다.
98년 아비뇽페스티벌에서는 30여편의 인(IN·공식초청)공연과 300∼400편의 오프(OFF·자유참가)공연이 7월 한달간 펼쳐진다. 한국의 공연작품은 페스티벌 중에서도 집행위가 직접 기획·제작하는 주력 프로젝트로 초청돼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통공연, 구체적으로는 판소리 승무 정악 사물놀이를 획기적으로 포장해 아비뇽의 가장 중요한 2개의 극장 중 하나인 절벽 앞 불봉극장에서 공연하겠다는 구상이다. 35명의 공연자와 10여명의 스태프 등을 초청하며 프로젝트를 총괄할 한국의 예술감독은 한 달 뒤 결정된다. 제작비는 공동부담.
『프랑스의 가장 훌륭한 연출가들이 한국작품을 보고 감성적으로나 지성적으로 쇼크를 받게 하는 게 우리 목적이다. 예컨대 승무의 경우 머스 커닝햄과 같은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연극 위주의 페스티벌에 한국의 현대연극(또 현대무용)을 소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연극계에 상당한 충격이다. 세계인의 관점에서 우리 연극을 냉정하게 평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르시에 집행위원장은 1주일간 한국의 각종 공연과 비디오 수십편을 꼼꼼히 살펴 본 후 『한국의 현대연극을 갖고 가서 유럽의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전통의 현대화는 70년대부터 우리 연극계의 화두였다. 『존경스럽지만 현대화 자체가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라는 그의 말은 우리 연극의 양식적 실험이 보편적인 세계정신의 주변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지적한다. 『예술가들조차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다. 현대무용의 경우 미국적 영향과 한국전통과 뭉뚱그려진 현대무용의 틀 안에 주저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좋은 소리와 춤을 가지고 왜 쇼 비즈니스를 하는가, 라는 탄식이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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