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한국당의 일련의 움직임은 참으로 국민들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오는 30일의 전당대회 준비와 관련, 정강정책 개정작업에서 느닷없이 「대통령 중심제」와 「역사 바로세우기」문구의 삭제논과 폐지키로 했던 금융 및 부동산 실명제의 보완논이 나오더니 이번에는 보수 대연합을 염두에 둔 권력구조 개편의 개헌 검토얘기가 나와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어제 이회창 대표가 「대통령선거에 이기기 위한 내각제 개헌은 정략적야합」이라고 부인했지만 착잡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정권의 향방을 가름하는 대선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나라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 정강을 설정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온국민이 어렵게 동의하고 선택한 역사 바로 세우기와 현행 대통령 중심제의 권력구조를 오직 선거만을 의식해 삭제 여부를 운위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처사다. 그것이 특정지역의 표를 모으고 일부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구상이라면 졸렬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중 어떤 권력구조가 최상의 것인가를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권력구조는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 사회적 여건, 그리고 국민의 결단에 의해 채택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건국때부터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했다. 이를 여러 집권자가 장기 집권을 위해 권력을 독점하거나 남용하여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했고 김영삼 대통령도 문민정부에 걸맞지 않게 권력독점으로 실정과 국정운영의 시행착오를 빚은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제는 우여곡절끝에 1987년 국민의 절대적 요청에 의해 여야의 합의개헌으로 재확정된 권력구조의 주류인 것이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틀이지만 내용이 영구불변일 수는 없다. 국가발전을 위해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고 국민적 동의에 따라 손질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건국 이래 49년동안 거의가 권력자의 필요에 따라 무려 9차례나 개헌을 했다. 5년반마다 한 차례씩하여 개헌에 대한 국민의 경계심과 반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수 대연합이니 내각제 수용운운하며 선거전략으로 개헌논을 제기하는 것은 헌법에 대한 모독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그렇다면 대선이 있는 5년마다 개헌이 흥정용으로 제기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우리는 어제 이회창 대표가 「대선 승리만을 위해 권력구조 개편을 전제로 한 정략적 연대는 없을 것이다」 「개헌을 전제로 한 보수 대연합에 반대한다」 「정강정책에서의 대통령 중심제와 역사 바로세우기 삭제는 나의 뜻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기억하고자 한다. 현행 대통령제는 집권자가 권력 욕심만 버린다면 책임총리제나 이원집정부제의 효과를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정치권은 오늘의 국민이 집권자가 개헌을 멋대로 시도해도 따라가던 때의 어리숙한 국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권력구조의 개편·개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흥정거리가 될 수 없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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