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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금지와 한반도/최강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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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금지와 한반도/최강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전문가 진단)

입력
199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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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약 당위성 인정하나 민간 피해 거의 없고 북 남침위협 상존 우리 현실엔 안맞아국제사회는 앙골라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및 쿠웨이트와 같은 지역에서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지뢰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함에 따라 지뢰의 사용을 금지하고, 이미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며,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지뢰를 폐기시키기 위한 노력을 90년대 초반부터 경주하여 왔다. 유엔은 94년 대인지뢰 수출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으며 96년 5월에는 탐지불능 지뢰의 사용을 금지하고 기타 지뢰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특정 재래식 무기 금지협약」의 제2 부속의정서를 개정·채택하였다. 그러나 캐나다와 유럽국가들은 지뢰 수출금지와 사용제한 조치만으로는 지뢰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줄일 수 없으며 모든 지뢰의 완전금지와 폐기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 「대인지뢰 금지협약」의 도입을 96년 10월부터 추진하여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 18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모든 종류의 대인지뢰 사용 전면금지와 전량 폐기, 대인지뢰에 관한 제반 정보의 공개·사찰 및 검증조치 그리고 지뢰제거 의무 등을 골자로 하고 어떠한 예외규정도 포함하지 않은 「대인지뢰 금지협약」의 초안이 채택되었다. 이 협약은 대인지뢰를 불법화시켜 무고한 민간인을 지뢰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로서 인도적 측면에서 볼 때 「세계인권선언」에 버금가는 상징적 가치와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주요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는 이 협약이 원래의 목적과 취지에 얼마나 현실적으로 접근할 지는 의문이다.

그간 협상과정에서 한반도에서의 지뢰사용을 일정기간 인정하는 「한반도 예외규정」을 포함시키려던 미국과 한국의 입장은 수용되지 않은 상태로 결론이 났다. 대인지뢰 전면금지와 폐기를 지지하고 추구하여 왔던 국가들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은 인정하였으나 한반도에 대한 예외규정을 포함시킬 경우 다른 국가들도 예외규정을 요구해 결과적으로 협약 자체의 강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점과 국제적 일반성과 보편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 국제사회의 인도적 취지와 목적에는 동감하지만, 우리로서는 현실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대인지뢰 금지를 주장하는 국가들에게는 민간인 피해를 감소시키는 인도적 문제이지만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사활이 걸린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뢰는 한국 방어에 필수적인 무기이다. 지뢰는 북한의 기습·기동공격을 저지하거나 지연시킴으로써 한미 연합군에 방어와 반격태세의 정비 및 강화에 필요한 시간을 제공, 수도권 방어는 물론 인적·물적 피해를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기존 지뢰지대의 유지와 적법한 지뢰사용 의지는 북한에 전쟁을 통한 목표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북한의 오판을 사전에 방지, 실질적으로 전쟁발발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억제효과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뢰에 의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해온 아프가니스탄 앙골라 유고 캄보디아 등과는 다른 상황에 있다. 우리의 경우 지뢰는 민간인 출입이 차단된 전선지역에 국한하여 엄격한 통제하에 사용되어 왔으며 따라서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민간인 피해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무분별하고 무차별하게 지뢰를 사용하는 국가들과 동일하게 취급되어서는 안된다. 문제는 지뢰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뢰 사용자가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철저히 규정을 준수하여 사용하느냐에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 남북한 군비통제에 대한 성실한 참여와 이행을 보장하여 진정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협력한다면 우리는 남북한간의 합의를 통하여 지뢰를 포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지속되는 한 우리의 생존을 위한 적법한 지뢰 사용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미국은 앞으로 별개의 대인지뢰 통제조치를 제네바 군축회의를 통하여 추진할 의사를 밝혔으며 「대인지뢰 금지협약」 가입을 거부한 중국 러시아 호주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국가들도 이러한 협상에 참여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 이미 지뢰문제가 제네바 군축회의 의제로 채택되었고 98년부터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러한 군축회의 절차 역시 많은 논란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군축과 관련, 전문성과 권위를 가지고 있는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지뢰통제방안이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에 적극 참여하여 우리의 입장을 피력하고 관철시키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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