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우리나라 형편은 마치 폭풍우 속에 거센 풍랑을 만난 배와 같다. 특히 경제와 정치는 좋지 않다. 그동안 정관과의 유착을 통해 기형적으로 성장한 한국 경제는 마침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위기를 맞고 있다.고금리와 고임금, 환율과 물가의 불안, 경상수지의 적자 폭 증대, 부도와 도산의 연쇄 등만 보아도 아주 위태로운 상태라 할 수 있다. 정치는 어떤가. 정치계는 대통령 임기 말의 레임 덕 현상, 대선 후보들의 진흙탕 속의 싸움, 거물 정치가들간의 배신과 비방 등 삐걱거리고 있다. 한국의 국가적 상황은 한마디로 난파직전의 배에 비유될 수 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 흔히들 위대한 지도자의 출현이 난국의 해결책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신문에서는 박정희를 회고하는 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회고는 감상적인 기대감을 넘어서 일종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려는 인상이 짙다. 물론 경제부흥에 대한 그의 업적은 높이 평가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초법적 독재와 영구집권을 위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은 그의 시대는 결코 반복되지 말아야 할 현대사의 어두운 시기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도자의 개인적 리더십은 난국타개에 대한 올바른 방안이라 할 수 없다. 물론 리더십의 중요성이 평가절하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어떠한 지도자를 갖는가에 따라서 국가의 발전이나 국민의 번영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매우 초보적인 진리 하나를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 시대에는 지도자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바로 국민 스스로라는 사실이다. 국민이 우매하면 지도자는 국민을 업신여기고 속이려 들 것이다. 한마디로 지도자의 자질과 리더십은 국민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이와 같이 생각해 볼 때 오늘날과 같은 난국을 헤쳐 나가는 해결책은 바로 국민에게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논리적 귀결에 이른다. 우리는 모두 운명을 같이 하는 하나의 배를 탄 하나의 집단이다. 난파 직전의 위기의 순간에 선장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위험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선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사회 지도층을 비롯해 농민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나이든 사람들과 어린아이들을 포함하여 전국민이 공동체적 미덕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때이다.
이와 같은 공동체적 미덕이 어떤 성과를 가져왔는가는 최근의 우리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60년대와 70년대를 돌이켜 보자. 그 때 열심히 일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어 저축한 것이 밑거름이 되어 80년대와 90년대의 번영이 가능하였다.
첫째 절약하고 근검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요즘 우리 생활에서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멀쩡한 물건을 새것으로 바꾸고 신문지 플라스틱과 같은 재활용품을 내팽개치고 있다. 집집마다 쏟아져 나오는 음식 쓰레기만 보아도 실로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검소한 생활과 근검절약- 이것만이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할 수 있다. 또다시 검소한 생활과 근검절약을 하나의 커다란 국민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할 때는 왔다.
둘째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야 한다. 공무원 교육자 학생 농민 노동자 기업주 회사원 등 모든 직업인들이 각자 자신이 할 일을 챙겨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야 한다. 한때 70년대에는 기업체 신입사원들이 새벽까지 불을 밝히고 일하지 않았던가. 지금에 와서는 평일에도 가게문들이 일찍 닫히며 토요일에는 관공서와 생산현장이 휴무하는 때가 많고 연휴에는 해외로 떼를 지어 몰려나간다. 이런 풍조에는 이제 쐐기를 박아야 마땅하다. 자원이 부족하고 땅덩어리가 좁은 우리나라는 국민 모두가 오직 일하고 공부함으로써 다른 나라를 따라 잡을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의 경제와 정치의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그 방면의 전문가들의 처방과 지도층의 단안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국민의 공동체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근검절약하면서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의 해결책이 제시되고 탁월한 리더십이 발휘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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