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우리 국민의 1인당 국민소득은 4,000달러였다. 지금은 5,000달러다. 그러나 국제환투기꾼들이 20%를 갉아먹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다시 10년전 4,000달러시대로 퇴보했다』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국제환투기꾼들 때문에 나라경제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동남아국가들도 마하티르 수상의 말에 동감하고 있는 것 같다.
선진국들의 판단은 다르다. 환투기에 대한 최선의 방어는 건전한 거시경제 운용이라는 것이 일관된 시각이다. 뒤짚어 이야기하면 나라경제가 부실했기에 이런 봉변을 당했다는 분석이다. 19일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재무장관회의에서도 동남아국가들은 『헷지펀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자』고 주장, 「아시아와 유럽의 금융감독협력 강화」라는 성과를 올렸지만 어느정도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사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동남아가 거품경제와 경직된 환율체계라는 원인을 제공했고 투기꾼들은 「베팅의 원리」에 따라 이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제경제질서는 아주 냉엄하다는 사실이다. 얼룩말을 잡아먹은 무자비한 사자보다 사자를 제대로 경계하고 피하지 못한 얼룩말을 더 탓하는게 현실이다.
한국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지금 심각한 외화자금난에 봉착해 있다. 태국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기업으로 치면 흑자부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정부당국자들과 은행장들이 해외에서 달러를 구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정부당국자들은 왜 이같은 결과가 초래됐는지 곰곰히 따져 봐야 할 것 같다. 동남아의 통화위기는 우리도 국가경제운영을 하루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홍콩에서>홍콩에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