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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정강정책 초안 “시끌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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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정강정책 초안 “시끌시끌”

입력
1997.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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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반응/문민정부 업적 부인 “수용못한다”­민주계/대통령제 삭제·실명제 보완 강행­주류측/「역사 바로세우기」는 반발 고려 남겨둘듯「역사 바로세우기」 삭제, 금융실명제 및 부동산 실명제 보완, 대통령 중심제 삭제 등을 골자로 하는 신한국당 정강정책 개정안 초안(한국일보 입수, 9월21일자 1면 보도)에 대한 당내 반응이 계파에 따라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당 정강정책 개정소위가 확정한 개정안에 대해 민주계중 반이세력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대표를 지지해온 개혁성향의 의원들도 적지않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이회창 대표의 측근들과 김윤환 고문계를 중심으로 한 민정계는 「역사 바로세우기」를 제외한 나머지 개정안초안에 수정을 가할 경우 강력히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여 개정안 통과건이 상정될 24일의 당무회의를 앞두고 한바탕 회오리가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반이 민주계는 개정안 초안에 대해 부정적 반응 일색이다. 개혁이 실패했다는 점에 대해선 유보없이 동의할 수 있으나, 문민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부인하는 개정안 초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계의 한 중진의원은 『역사 바로세우기와 금융실명제 등 각종 개혁입법은 문민정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3당 합당의 태생적 한계는 분명히 있었지만 문민정부의 정책기조는 옳았다』고 말했다. 개혁의 방법론 보완이 아니라 이념과 방향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므로 수용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또다른 민주계 의원은 『문제 해결방식의 차이가 아닌 기조와 가치관의 차이는 간극을 메울 수 없는 문제』라며 『만약 개정안 초안대로 정강정책의 방향이 결정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이 민주계 인사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개석상에서 반드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당무회의 석상 등에서 개정안 작성 주도세력에 대한 공세가 펼쳐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대표를 지지해온 당내 개혁성향의 의원들도 『개정안초안이 절차상의 하자는 없지만 당내 의견수렴에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대표가 아직 최종결심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만큼, 최종안이 어떻게 확정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이 중심이 된 당내 초선의원들은 22일 상오 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정식 논의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대해 주류측은 「대통합 정치」의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는 측면에서 대통령중심제 삭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대표의 한 핵심참모는 『헌법에 대통령중심제가 명시돼 있는데 굳이 정강정책에 까지 넣을 필요가 있느냐』면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지를 남겨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금융실명제는 막대한 자금을 음성화하고 자금흐름을 왜곡하는 폐단이 있어 기본취지를 살리는 선에서 대폭 보완하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됐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금융실명제는 중소기업과 상인 등 서민생활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쳐왔고, 개혁적 의미보다는 정치적 의미가 강조되다 보니 무리가 많았다는 것이다.

개정안 초안에서 삭제된 「역사 바로세우기」는 결과적으로 기존 여당의 지지기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던 만큼 손을 대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으나 민주계 등 여권내 일부의 반발 등을 고려, 최종안 확정과정에서 문구는 남겨두되 실질적인 의미는 무화시키는 방법으로 봉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대표 측근들의 전망이다.<홍희곤 기자>

◎청와대 반응/「위기탈출 차원」 이해불구 개혁기조 뒤엎는건 반대

신한국당의 정강정책 개정안은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이회창 대표의 본격적인 차별화 시도로 보인다. 이대표 진영으로서는 심각한 위기 탈출을 위한 고단위 처방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 정강정책 개정안 초안중 상당수는 문민정부의 「개혁성과」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이 초안이 확정될 경우 청와대와 이대표 진영 사이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전당대회 때까지 당내 논의나 청와대와의 조율과정을 통해 「역사 바로세우기 삭제」 등 여러 부분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생각해온 「차별화」의 수위와 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이대표가 자신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87년 대선때 노태우 후보가 벌였던 전두환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나, 92년 대선때 자신이 노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을 폈던 것과 이번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고 보고있다. 김대통령은 문민정부는 과거 정권과 정통성 문제 등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이달초 이대표의 전·노씨 조기사면 건의를 단번에 거절한 것도 이같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감내할 수 있는 「차별화」는 정책적 측면에 국한돼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대표가 경제정책이나 통일정책 등에서 김대통령의 과오를 비판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으나 개혁기조를 송두리째 뒤엎는 「역사 바로 세우기」나 「신한국」 이념의 삭제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확고한 입장이다. 가령 김대통령이 개혁중의 개혁으로 꼽고 있는 금융실명제도 부분적 보완으로 그쳐야지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화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대표 진영에서 급격한 차별화를 주장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대통령은 물론 개혁 성향이 강한 민주계의 도움이 절실한 이대표가 그들의 주장에 쉽게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정강정책 개정안 초안은 말 그대로 초안일 뿐』이라며 『앞으로 김대통령과 이대표 사이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무리없는 개정안이 완성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안 초안을 통해 이대표 진영의 김대통령과 문민정부에 대한 평가와 인식의 일단이 밝혀진 만큼 별 잡음없이 개정안이 마무리될지는 의문이다. 초안만 놓고 보면 이대표 진영의 김대통령 극복 의지는 대단히 완강해 보인다. 여전히 김대통령 본심에 대한 의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대표 진영은 계속 차별화 압박을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손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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