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6일 열리는 정기 연고전이 또다시 존폐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80년대 초기 암울한 시대상황 속에서 이같은 축제성 행사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취지로 처음 제기됐던 연고전 폐지론은 이후 매년 이맘때면 으례 대학가의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단골 이슈가 됐다.올해는 고려대에서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이 학교 국어교육학과 등의 재학생들이 최근 교내 게시판에 「이제 우리는 고연전에 대한 새로운 얘기를 하고싶다」는 제목으로 대자보를 내건 것.
이들이 주장하는 폐지 이유는 3가지. 첫째 연고전이 엘리트체육을 부추기고 일반 학생들을 구경꾼으로 전락시켰다는 것. 학생들은 『운동할 수 있는 장소, 시간, 도구, 경제적 지원을 소수의 선수들이 독점하고 있어 다수의 학생들은 열악한 시설속에서 교양체육마저도 진행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두번째는 상업주의화. 대학스포츠가 대학정신의 구현이라는 본래 목적을 떠나 이미 프로화했고 그 같은 경향을 연고전이 앞장서서 조장해 왔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연고전이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키는 역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자보에서 『고연전이 「한국의 양대사학」 「고대와 연대는 영원한 맞수」라는 이데올로기로 학교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응원단은 즉각 반박대자보를 통해 『고연전은 깨끗한 승부로 한국 스포츠의 자극제로 공헌한 바가 크다』며 『일부학생들이 고연전의 참의미를 왜곡하고 대안없는 비판만을 가하고 있다』고 폐지론을 일축했다.
양교 관계자들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반세기를 훨씬 넘는 전통과 동문들의 열화같은 성원 등 때문에 연고전이 폐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매년 이같은 문제제기가 자칫 타성화하기 쉬운 행사를 자극, 본래의 의미를 유지하게 하는 효과가 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이동훈 기자>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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